2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보고 싶다― 여성 포크 싱어 10인의 사랑 콘서트'는 여러 가지로 뜻 깊은 무대였다.이날 무대에 함께 선 열 명의 여성 포크 가수들은 하나 같이 1970·80년대에 빅 히트곡을 낸 인기 가수였다. '아침이슬'의 양희은, '개똥벌레'의 신형원, '윙윙윙'의 박은옥,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의 남궁옥분 등은 더러 TV나 공연 무대에 모습을 보여 왔다.
TV는 아니지만 '빗물'의 채은옥은 라이브 카페,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의 장은아는 크고 작은 행사에 가끔 출연해 왔다.그러나 '옛 시인의 노래'의 한경애, '곡예사의 첫사랑'의 박경애, '찬비'의 윤정하, '가을사랑'의 신계행 등은 거의 20여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셈이었다.
이들의 한창 때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로서는 공연 타이틀 그대로 정말 '보고 싶은' 가수들이 아닐 수 없었다. 오후 4시와 저녁 7시30분 등 두 차례의 공연은 70·80년대의 기억을 의식의 중심에 간직한 중·장년 팬들로 약 2,000석의 좌석이 가득 찼다. 부부가 함께 온 사람도 있었지만 관객의 중심은 역시 30대 후반∼50대 초반의 아줌마들이었다.
"오랫동안 집안에서 살림을 하느라 목소리도 옛날 같지 않고, 무대도 어색하다"던 아줌마 가수들은 70년대의 풍물과 추억을 소재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아줌마 관객들의 박수와 웃음도 커져 갔다.
무엇보다 본인들의 겸양과는 달리 아줌마 가수들의 가창력은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눈가와 목덜미, 허리에 내려 앉은 세월이 목소리에 무게를 더해 오히려 기량이 는 듯했다. 두 시간 반 가까운 공연은 70년대의 TV 광고를 내보낸 스크린과 아줌마 가수들의 노래와 수다, 아줌마 관객의 박수와 웃음으로 맛있게 버무려졌다.
공연이 끝나 갈 무렵, 열 명의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나와 섰고, 양희은이 마이크를 잡았다. 관객들은 그제서야 이날 공연의 또 다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들은 7년 전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그 때마다 60만원 정도를 결식 아동을 위한 자선 단체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 내 왔다.
이날 공연도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 목돈을 내보자는 의기투합의 결과였다. 이들은 이날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 수익금 2,500만원을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상임이사인 강명순 목사에게 전달해 '자선 공연'의 참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고도 모든 공을 "저희들이 보고 싶어서, 저희들 노래가 듣고 싶어서 찾아 준" 관객에게 돌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줌마 가수들이 모여 만들고, 아줌마 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룬 이날 공연은 출연 가수와 관객이 함께 70년대 히트곡 메들리를 합창하는 순서로 끝났다.
공연이 끝난 뒤 쫀드기와 땅콩캬라멜 등 70년대의 먹거리가 담긴 작은 봉지를 하나씩 받아 든 아줌마 관객들은 '추억을 씹으며' 느릿느릿 어린이대공원을 빠져 나갔다. "이런 좋은 공연이 있는 줄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친구들과 같이 올 수 있었을텐데…" 하는 감탄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렇다. 아저씨들이여, 주말에는 아줌마들을 공연장에 보내자. 가서 한껏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에 젖게 하자. 아줌마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되찾아야만 가정과 사회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 수 있다고 믿으며.
황 영 식 문화부장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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