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원·달러 환율 폭락(원화 가치 상승) 사태로 또 다시 수출 비상이 걸렸다.특히 수출과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감소라는 이중고의 위기감 속에 추가하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직격탄
삼성·LG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연초부터 환율 하락을 예상, 환율을 달러당 1,100∼1,150원으로 운영해 왔다면서도 피해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출이 70% 이상 차지하는 만큼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일단 내부적인 원가절감에 힘쓰면서 점차 환율에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수출물량 중 달러 결제 비중이 65%를 기록, 단기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올 사업계획은 최악의 경우 1,100원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환율 하락 장기화에 대비, 유로화 강세를 감안한 유럽 수출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상황은 매우 절박하다. 중소기업청은 환율 마지노선인 달러 당 1,170원 선이 무너졌다면서 "대구·부산 등지의 섬유와 의류, 신발 업체들은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단기적으로 7∼8%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중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업종은 수출 가격 경쟁력에서 치명타를 입게 됐다. 중소기업의 30%는 달러 당 1,170원일 경우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화공단 내 삼일니트 관계자는 "연간 7,000만 달러 정도 수출하는 데 환율이 달러 당 1,200원에서 1,150원이 되면 500만 달러 정도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강 정유 업계는 느긋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 업종은 환율 하락이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연간 원료수입과 외화부채가 35억∼40억 달러에 달해 환율이 하락하면 원가절감 등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원화 강세(달러 약세)는 엔화의 강세도 의미하는 만큼 환율 하락은 중장기적으로 일본 제품을 중심으로 국제 철강재 가격의 상승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도 업종 특성상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 하락으로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환율 하락 추세가 가시화하면서 국내 정유 제품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등 '순기능'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무협 관계자는 "원화 강세는 이미 예고돼 있었지만 절상 속도가 이처럼 가파를 경우 전자 철강 조선 분야 등의 우량 기업들도 장기적으론 가격 경쟁력에서 영향을 받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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