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에 재선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2일 주요 각료 8명을 유임 또는 자리 이동시키고 9명을 새로 입각시키는 개각을 단행했다.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개각에서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금융,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 사카구치 지카라(坂口力) 후생노동, 가메이 요시유키(龜井善之) 농수산 장관 등 핵심 각료 6명이 유임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특히 자민당 내에서 교체 요구가 가장 거셌던 재정·금융 개혁론자인 다케나카 경제재정·금융 담당 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구조개혁 노선을 전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케나카 장관은 "구조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특히 지난해 마련한 금융 재생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생각"이라며 은행 부실채권 처리와 은행 건전성 평가를 강화해나갈 뜻을 밝혔다.
역시 자민당 일각의 교체 요구가 있었으나 유임된 가와구치 외무성 장관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의 신속한 해결과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하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정권공약인 우편사업 민영화와 지방분권화를 담당할 총무청 장관에 아소 타로(麻生太郞)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도로공단 민영화를 맡을 국토교통성 장관에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행정·규제개혁 담당 장관 등 중량급을 임명, 반대론을 조정하면서도 반드시 관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아소 장관은 당 정조회장이던 6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방일 직전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유감을 표명한 적이 있다.
고령과 건강악화로 사임의사를 밝힌 시오카와 마사쥬로(川正十郞) 재무성 장관의 후임으로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국가공안위원장 겸 산업재생 담당 장관이 자리를 옮겼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신임 자민당 간사장 발탁으로 공백이 됐던 관방 부장관을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과학기술청 장관이 이례적으로 격을 낮추면서 맡아 총리 관저 중심의 정책조정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간사장 등 자민당 3역 인사에 이어 다케나카 장관 등 주요 장관을 유임시킨 개각 내용은 고이즈미 총리가 파벌 안배를 무시하고 독자 인사를 관철하며 당과 내각을 확실히 장악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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