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이렇게 먼 곳일 줄 몰랐다." 이른바 해외 반체제 인사들의 귀국 제1성은 한국 현대사의 불행을 상징하는 말이다. 간첩단 사건이나 친북단체 관련혐의로 길게는 40여년간 고국 땅을 밟을 수 없던 일본 독일 등지의 민주화 운동 인사 33명이 19일 일시 귀국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 등 고국에서의 일정 하나하나도 달라진 세상의 상징이라 하겠다.이 방문단에 낄 수 없을 것 같던 송두율 교수 문제도 잘 풀리는 것 같아 다행이다.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하던 송 교수는 독일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들과의 회견을 통해 '품위와 명예가 지켜지는 방식'이면 당국의 '일정한 절차'에 응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제연행에 의한 강압적인 조사만 아니라면 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심경의 변화로 상황은 급진전되었다. 검찰이 공소보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운을 뗀 것이다. 조사는 하되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기소를 하지 않음으로써 공소를 보류하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소보류란 기소유예와 비슷한 수사절차 종결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독일 정부, 혹은 공안 당국과 송 교수 사이에 충분한 교감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자신의 혐의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해명을 통해 의문을 풀고 싶다.
독일 국적자인 송 교수에게 국내법을 적용해 기소를 하면 외교문제가 될 수가 있다. 비슷한 경력자들이 모두 들어오는데 송 교수만 들어오지 못한다면 불행한 역사의 청산을 유예하는 결과가 된다.
그는 스스로를 경계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정적으로 남쪽도 북쪽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감정을 갖고 있던 작곡가 윤이상씨가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운명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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