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선초밥집의 요리사는 남성이다. 미신에서 비롯된 성차별은 아니다. 밥을 손에 넣고 온종일 초밥을 만드는 것이 여간 중노동이 아니어서, 여성의 손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밥은 우동, 메밀국수, 튀김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 음식이지만, 탄생지는 동남아시아라는 설과 중국이라는 설로 나뉜다. 일본을 우회하면서 조리법이 발달되어 전래된 초밥은 우리에게도 낯선 음식은 아니다. 아직 가정에서 만드는 일은 드물지만, 초밥집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초를 넣은 밥에 얇게 썬 생선을 얹은 초밥에는 각별한 먹는 즐거움이 있다. 생선 육질의 맛과 향기, 상큼한 밥은 입안을 부드러운 향취로 감싼다.■ 일본에서 지내다 보면 가끔 들르게 되는 곳이 대중적인 회전초밥집이다. 그 초밥집에는 공항의 짐 찾는 시설처럼 자동벨트가 손님 탁자 앞에서 계속 돌아간다. 손님은 벨트 위에 얹혀 돌아가는 종류별 초밥접시 중에서 먹고 싶은 접시를 집는다. 그릇 수를 세어 계산을 하는데, 흔히 접시 당 100엔 짜리와 200엔 짜리가 있다. 일본인 다운 아이디어와 간편함이 있는 이 회전초밥집은 웬만한 도시에는 다 있다. 근래 서울에도 이런 집들이 생겨 이용한 적이 있는데, 어느덧 문을 닫은 집도 있다. 우리 식습관에는 덜 맞았던 모양이다.
■ '100만인 생선초밥 먹기 운동' 이라는 이색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이 운동은 공급과잉인 활어와 쌀의 소비를 늘려 농어민의 시름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무기한 계속될 예정이다. 수협은 개막행사에서 생선초밥 무료 시식회, 생선초밥 먹기 대회, 생선초밥 퀴즈왕 선발대회 등을 열어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다. '초밥 아카데미' 교육과정도 열어 수산물 지식과 요리법을 강의하고, 인터넷을 통한 홍보도 계속하는 수협의 자구노력이 눈물겹다.
■ 농림부는 이미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러브 미(Love 米)'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초밥 먹기 캠페인은 농수산물을 함께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태풍 '매미'가 남녘을 깊이 할퀴고 간 지금, 농어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없이 밥상을 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한달 전에 시작된 캠페인이 이제 더 적극적 호응을 얻었으면 좋겠다. 성인병 예방을 위해 붉은 고기보다 생선을 더 찾는 요즘의 입맛과도 잘 맞는다. 한 가지 장애는 초밥이 서민에게 다소 비싸다는 점이다. 농수산물의 유통경로를 좀더 합리화하여 이 점도 해결했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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