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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현준의 World Music 속으로

입력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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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지음 웅진닷컴 발행·1만5,000원월드뮤직이 붐이다. 2000년 이브라임 페레르 등 쿠바 출신 가수들의 인생역전을 그린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개봉 후 이들의 프로젝트 앨범은 국내에서 10만장 넘게 팔려나갔다. 월드컵 축구대회는 세계적 월드뮤직 가수가 한국을 찾는 계기가 됐다. 세네갈의 이스마엘 로가 월드컵 전야제에서 노래했고 포르투갈의 마리자와 세네갈의 바바 말이 자국 경기에서 국가를 열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자리아 에보라의 공연도 있었다.

대중음악에 대한 활발한 평론활동을 벌여 온 음악평론가 신현준(사진)씨는 "변방의 음악, 월드뮤직이 갑자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가 최근 내 놓은 책 '신현준의 World Music 속으로'는 그 고민의 산물이다. 그는 "10년 전 재즈 열풍이 그랬듯 월드뮤직은 유한계층의 호사 취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움직임이 크다.

월드뮤직은 무엇인가. 그는 일단 영미 팝 음악의 어법과는 다른 어법의 음악 팝이나 록의 변형이 아닌 음악 인위적으로 보존된 전통음악이 아닌 음악 포크, 블루스, 컨트리 등 미국에서 기원한 음악이 아닌 음악을 월드뮤직이라고 분류한다.

복잡해 보이는 월드뮤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는 12개 지역을 선정, 세계여행 떠나듯 각 지역의 음악을 훑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단순히 음악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저 한 번 흘려 듣고 마는 음악이 아니라, 노래에 담긴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각국의 역사, 사회적 배경과 사회과학, 문화비평, 영화 등 다양한 내용을 소개한다.

포르투갈의 멜로디와 화성이 아프리카의 리듬과 결합된 노래 형태인 '모르나'의 경우 그는 '이산의 이산'(diaspora of diaspora), '잡혼'(miscegenation)이라는 생경한 용어를 들어 설명한다. '맨발의 디바' 세자리아 에보라의 고향이기도 한 나라 카부베르데는 모르나가 탄생한 곳. 대서양 한가운데 아홉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카부베르데는 1456년 포르투갈에 점령된 후 노예선 정박지로 번영을 누렸다. 유럽인과의 결혼(잡혼)을 허락한 정책 탓에 주민에게는 포르투갈인의 피가 섞였고 문화 역시 포르투갈화했다.

하지만 19세기 노예무역이 쇠퇴하면서 이주 노예의 후손인 주민들은 아메리카, 유럽 등지로 또 한번 뿔뿔이 흩어지고(이산의 이산) 남은 이는 그 박탈감을 와인과 담배로 견뎌 나간다. 이것이 유럽 냄새가 풍기는 모르나를 담배와 와인에 찌든 목소리로 구슬프게 부르는 세자리아 에보라 목소리의 배경이다.

월드뮤직을 접하며 저자는 "한국은 선진국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소위 후진국보다는 문화적으로 빈곤하다"고 생각했다. "월드뮤직 속에는 그네들의 삶과 정체성이 묻어나 있죠. 게다가 자메이카의 밥 말리, 나이지리아의 펠라쿠티, 브라질의 카에타누 벨로주 등은 자국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잖아요. 요즘 우리 노래는 어떤가요? 오락 이상의 의미가 없어요. 우리 삶을 국제적 감각에 담은 그런 노래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합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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