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생계수단을 잃은 경남 마산시 남성·해운동 일대 소상인들은 "피해 지원 대상이 아니다"는 마산시의 설명을 듣고 아연했다. 현행 자연재해대책법에 이들의 건물과 시설물, 상품 등의 지원근거가 없기 때문이다.정부는 마산시를 포함, 23일께 태풍 피해 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할 계획이지만 정작 피해자의 상당수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속을 태우고 있다.
마산시의 경우 18일 현재 지원대상 피해액이 3,900억원이지만 대상 제외 피해액도 1,800억원에 달한다. 마산시 관계자는 "자연재해대책법은 일반주택 복구와 농어민 지원에 주력한 나머지 대형건물, 병원, 미등록 공장·상가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난감해 했다.
현행 법대로라면 태풍으로 쓰러진 마산지역 상점 4,173곳과 시장, 백화점, 병원 등이 받을 수 있는 복구비는 위로금을 합쳐 한 곳당 120만원.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200만원이 고작이다. 직접피해만 100억원대에 이르는 해운동 신마산병원은 지상1층, 지하1·2층이 바닷물에 잠겨 자기공명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와 초음파 진단기 등 의료장비가 고철덩어리로 변했으나 보상 한푼 받을 수 없다.
어시장의 경우도 정식 등록된 시장이 아니어서 침수된 일대 점포에 대한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산 송도·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영도·기장군 해안가 등 부산지역의 무허가 횟집들도 특별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상인들이 "당국의 탁상복구 대책"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기업체도 불만이 많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등 마산에서는 3,152개업체가 4,500여억원의 피해를 봤지만 일정 자격을 갖춘 업체에 한해 연 5.9%의 이자로 3년간 최고 10억원의 특별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게 전부다. 이마저 행정기관의 피해사실 확인 등 절차가 까다로워 업체들이 외면하는 실정이다.
산사태로 사무용 건물이 매몰되고 공장도 허리 높이까지 토사가 밀려온 대구 달성공단 자동차부품생산업체 남선산업(주)의 김종열 공장장은 "정부의 금융 지원이 이자가 높고 담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담보력이 약한 중소업체에는 도움이 못 된다"며 "정상가동 때까지 설비 복구비, 인건비 등의 일부라도 보조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점을 감안, 최근 기업의 태풍 피해도 지원해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해대책본부는 "기업 등은 산업자원부가 다른 기준으로 지원할 것이며 사업자들은 손해보험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재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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