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한글날에 맞춰 최초로 정부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이 오류 투성이라고 한다.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600여개의 오류가 새로 발견되었고, 국립국어연구원이 이미 인정한 것까지 포함하면 오류는 3,000여개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7년 동안 500여명의 국어국문학자가 참여해 펴낸 사전이 이 모양이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50만개가 넘는 국어의 의미와 예문을 정리한 이 사전은 우리말 사상 가장 방대한 국어사전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잘못의 예를 보면, 이 사전은 '부도덕·부정확·부자유'의 '부(不)'자를 접두사가 아니라 '접미사'라고 규정하여 기초적인 것부터 실수를 하고 있다. '여걸, 여장부, 여주인공' 등으로 번역되는 '헤로인(heroine)'은 마약의 하나인 '헤로인(heroin)'과 혼동하고 있다. 외국어의 경우 뿐 아니라, '뜨개질'과 '게으름'을 각각 '뜨게질'과 '개으름'으로 오기함으로써 순수한 우리 말에도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1992년부터 112억원의 비용이 든 사전편찬은 당초 10년에 걸쳐 완성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97년부터 예산과 인력이 집중 투입돼 예정보다 3년이나 앞당겨져 완성되었다. 신 의원은 "임기 내에 업적을 남기겠다는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졸속행정과 사후 검증시스템 미비로 국어사전이 오히려 국어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공명심이 문화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아픈 지적이다.
방대한 어휘를 다루는 과정에 실수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오류가 너무 많고, 어이없는 것들이다. 국립기관이 펴낸 사전은 일반 상업출판사에서 나오는 사전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 오류의 원인이 정치논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잊지 말아야 겠다. 국어연구원은 보다 철저한 수정 작업과 개정판을 통해, 우리 말과 글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기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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