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지음 김영사 발행·2만9,000원인디언의 지혜에서 삶의 대안을 찾으려는 책은 요즘 흔하다. 거기에는 서구식 근대 합리주의와 기술문명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움직임이 깔려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인디언 식 삶의 방식을 전하는 많은 책 가운데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9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에 인디언의 삶과 문화, 그리고 백인 점령자들에 짓밟힌 슬픈 역사를 그들의 목소리로 담고 있다. 인디언 추장들의 명연설 41편을 중심으로 인디언 어록과 100여 점의 사진을 더하고, 해설을 붙였다.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은 백인 침략이 시작된 때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행해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당당했던 인디언의 전통을 역설하고, 문명인을 자처하는 백인들의 야만을 꾸짖고 있다. 낮고 부드럽지만 천둥처럼 울리는 음성을 담고 있어 오래오래 음미하고 싶은 명문들이다. 자연의 형제로,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살아온 그들의 지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현재진행형의 가르침이다.
책에는 최근 10년 간의 연설도 몇 편 들어 있어 가난과 질병, 상실감에 시달리면서도 인디언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들의 오늘을 짐작케 한다. "나는 인디언이지 캐나다 인이 아니다"라며 캐나다 시민권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라코타 족 지도자 '홀로 서 있는 늑대'의 웅변이 대표적이다.
지은이 류시화는 10년 전 같은 제목으로 200쪽 분량의 번역서를 냈었다. 이번에는 자료를 대폭 보강하고 해설도 썼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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