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니고 있는 영어학원의 회화 시간에 외국인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여자들의 외모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머리는 쓸모가 없다. 한국 여자들은 모두 공주나 어린이 같고 나이 서른이 되어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외국에 유학중인 한국 여자들은 만약 학비 지원이 끊기면 굶어죽을 것이다."평소 예의 바르고 친절한 그가 이런 듣기 불편한 말을 대놓고 한 것은 의외였다. 아마도 수강생들을 자극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내도록 하려는 의도인 듯 싶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불쾌했다. 그렇지만 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주장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갔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 여성들은 부모 세대의 보수적 가치관과 세계화 시대의 다원화한 사고방식 사이에서 혼돈을 겪고 있다. 그들은 그 외국인 강사의 말대로 연약한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의지를 꺾는 것이 바로 주변 사람들이다. 나만해도 그렇다. 내 나이는 스물 여덟. 결혼 적령기를 막 넘어선 나이란다.
나는 아직도 스무 살 시절과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은 내 눈가에 잔주름이 생겼다며 염려해 준다. 정말 서른 전에 결혼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까?
나는 결혼이라는 것이 아직도 남의 얘기인 듯 느껴진다.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내가 즐기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나는 내 미래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상상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직도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그런 모습은 없다. 어쩌면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이 서른을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자아 찾기'의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 있는 나는 게으르고 무능한 걸까?
훗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 영화 '싱글즈'의 여주인공처럼 나와 내 또래 여성들은 그간 강요 받아온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 의지로 인생을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20대 여성의 의지를 꺾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실현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위 지 연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온라인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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