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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김영완 자술서" 단독입수/"이익치씨가 비자금 전달 진두지휘"

입력
2003.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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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현대비자금 200억원 제공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만 알려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실제 돈 전달 과정을 진두지휘한 사실이 18일 본보가 입수한 김영완(50·미국체류)씨 자술서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권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체적인 돈 전달 방식은 김영완씨가 알아서 했다"고 발표하는 등 이씨의 개입 사실을 덮었으며,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아직 기소하지 않고 있다. 권씨의 비자금 관리인인 김씨가 지난달 29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A4용지 12장 분량의 자술서에는 200억원의 구체적인 전달경위 및 권씨와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이익치씨 등 '4자 관계'가 비교적 상세히 기술돼 있다.이익치씨의 007식 돈 전달 지휘, 50억원은 권씨 총선 출마용

김씨는 "2000년 2∼3월께 '200억원이 준비되면 이 회장이 연락할 테니 받아서 권씨에게 주라'는 정 회장의 지시를 받고 며칠이 지나 이 회장으로부터 '돈이 준비됐으니 압구정동 H아파트 뒷길로 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씨가 '큰 차'를 가져오라고 주문, 김씨가 농담삼아 "내 차(에쿠스)도 크다"고 하자 이씨는 봉고차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돈을 전달받은 후 총선 직전인 4월11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총 150억원을 권씨 집에 갖다 줬다. 김씨는 '보안유지'를 위해 돈 상자를 직접 차고까지 날라 권씨측 사람에게 전달했으며 규모가 작은 수억원 단위는 권씨 집까지 자신이 직접 배달했다고 진술했다. 나머지 50억원에 대해 김씨는 "무기명 국민주택채권으로 바꿔 국내 지인에게 맡겨 보관 중이며 이 돈은 권씨가 2004년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 지역구 출마를 위해 선거자금으로 맡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권씨 부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전달한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몽헌이 김영완에 권노갑 소개요청

김씨는 권씨와의 인연에 대해 "1990년 국회 국방위 증인채택 문제로 처음 만났으며 사모님이 저의 어린 시절 동네 출판사 집 딸이었다는 사실, 처제분이 제 동생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기 소유의 평창동 S빌라에 권씨가 거주하게 된 경위와 관련, "측근 황모씨의 이모에게 집을 팔았는데 이후 권씨가 전세를 들었고 세입자가 권씨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무상으로 빌려줬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러나 권씨 입주사실을 안 뒤 1억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해 준 사실은 시인했다. 정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89년께 인공위성 등 방위산업에 참여하려던 정 회장을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 S장군을 통해 알게 됐고 이 때 이익치씨도 같이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4명이 처음 만난 것은 98년 4∼5월경이었다. 김씨는 "국민의 정부 출범직후 정 회장이 권씨를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권씨 집으로 정 회장과 이씨를 데려갔고 이후 수차례 만났다"며 "정 회장이 카지노 허가 부탁을 여러번 했으며 나 자신도 권씨에게 '현대가 어려운데 좀 도와주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자금 수수, 이기호씨가 최초 폭로

한편 권씨의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기호(구속)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20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현대측이 4·13 총선을 앞두고 권씨에게 정치자금으로 수백억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고 이를 특검 조사 당시 진술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특검측에서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비리가 없느냐고 물어와 '박씨에게 직접 간 것은 모르고 권씨에게 건네줬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그러나 특검측에서는 '권씨는 수사범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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