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터지는 대기업들의 분식회계나 비자금 등 각종 부정·불법사건으로 '개미'들의 가슴에 멍이 들고 있다. 회사의 성장가능성과 실적을 믿고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비리사건 수사 소식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면 분위기에 휩쓸려 무조건 매도에 나섰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는 일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오히려 이 때 펀더멘털이 우수한 기업의 주식을 매입,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기업비리는 주가 폭락으로 직결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의 비자금 수사소식이 전해지면서 18일 관련 회사들의 주식이 급락했다. 대우건설은 이날 전날보다 6.67% 떨어진 4,200원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은 전 계열사들이 악재에 휩싸여 5∼9%씩 추락했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사업의 철수와 화약부문의 실적 개선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해온 한화는 유탄을 맞고 9.17% 하락한 5,0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일은 거의 일상사가 돼 버렸다. SK(주)는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가 밝혀진 뒤 3월11일부터 사흘간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1만2,000원대에서 6,150원으로 50%가량 하락했다. 현대그룹의 최고 우량회사로 꼽혔던 현대상선도 대북송금 특검 문제로 3월12일 1,120원으로 폭락했다.
개미는 던지고, 외국인은 줍고
문제는 기업들의 폭락시기에 관계된 우량 기업에 투자한 개인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손절매에 나선다는 사실이다. 이날도 대우건설과 한화의 주식 매도창구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증권사들이었다. SK(주)도 당시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압도적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악재가 터지더라도 기업의 내실을 엄밀히 분석한 뒤 대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실적이 우수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적극 매수에 나선다.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은 SK(주)의 지분 14.99%를 평균 9,000원대에 매입, 현재 1,600억원대의 차익을 올리고 있다. 현대상선도 정몽헌 회장 자살 이후 외국인들이 대거 매입, 현재 지분이 9%대에 이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묻지마'매도보다 비리 사건이 기업의 펀더멘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엄밀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적이 우수한 기업은 대부분 단기간 내에 주가가 복원됐다. 대우증권 박용완 연구위원은 "비리사건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회사들마저 단지 관계 회사라는 이유로 성급히 주식을 파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적이 좋은 기업은 이 때가 바로 주식을 매수할 적기"라고 설명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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