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하이에서 중국어 장·단기 어학 연수 중인 유학생의 대다수는 한국인이다.2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학생이 한국 학생의 2배였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이 곳 대학 관계자들은 "한국은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오고 특히 문화와 생활습관, 기후 등이 비슷하고 거리가 가까운 상하이로 몰린다"고 말한다.
어학연수생 못지않게 늘어나는 것이 어린 학생들의 조기유학이다. 상하이에 조기유학 온 학생만해도 1,000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현지주재원과 개인사업가들의 자녀도 있지만, 부모가 현지에 없는 그야말로 순수한 조기유학생들이 3분의 1정도를 차지한다.
대통령령인 우리나라의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은 유학을 자비와 국비로 구분하며 초중고생의 유학은 모두 자비 유학에 해당된다. 그런데 자비 유학의 자격 기준이 중학교 졸업, 혹은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초중생의 유학은 모두 불법이다. 고등학생도 자비유학 인정서를 받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상하이에서 불법 조기유학 중인 학생들의 50% 정도는 도피성 유학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원하는 대학을 가기엔 성적이 모자라지만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외국 유학생에 대한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중국에서는 명문대 입학이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만나는 조기 유학생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비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자식들이 한국보다 편한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바람도 조기유학을 부추기는데 한 몫 한다.
하지만 조기 유학에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중국 학생들과 직접적인 경쟁에서 오는 성적 부진과 한국 문화와의 괴리가 가장 큰 문제다.
중국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 중 일부는 상위권의 성적을 올리기도 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중국 학생들과 갈등을 빚거나 성적이 부진해 교사들의 골치 덩어리로 남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곳에 있는 부모들이 "중국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더 아이 교육에 신경을 쓴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주관이 형성되기 전인 어린 나이에 혼자서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만 하기도 힘들고 문화적인 충돌로 방황하기도 한다. 더러는 중국어가 국어가 되고 중국 역사가 국사가 되어버리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중국 속담에 '호부무견자(虎父无犬子)'라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훌륭한 부모 밑에는 탈선하는 자녀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이들 교육은 이역 땅에서 더욱 힘들다. 조기유학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할 때이다.
윤 소 영 중국 상하이 저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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