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는 내 인생의 절반이에요"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장공임(48·서울 성북구 삼선동·사진)씨. 그는 독거노인 수발을 들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매주 월, 목요일마다 김치, 고기 등 밑반찬을 만들어 삼선동의 달동네를 찾아간다.
여기에는 거동이 불편한 무의탁 노인들이 자원봉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저기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보고,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 청소를 하고, 말벗도 되고 하다보면 5∼6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또 찾아뵙겠다"하고 문을 나설 때는 항상 마음이 무겁다.
장씨는 "여성독거노인 가운데는 결혼을 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정식결혼을 못하고 후처로 생활, 아이까지 본처에 빼앗긴 경우"라면서 "노년을 쓸쓸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말한다.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6년째. 1999년 건립된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의 자원봉사 창설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1남1녀의 자녀들을 키우느라 30대를 정신없이 보낸 뒤 중년여성이 겪게 되는 마음의 공허함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시작한 노인을 위한 자원봉사가 어느새 삶의 일부분이 된 것. 갑작스레 몸이 아파 전화를 건 독거노인을 밤중에 찾아가 병원으로 옮기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구하려고 이웃에 손을 벌리기도 한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래 상주 아닌 상주가 돼 초상을 치른 것도 벌써 3번째. 수발을 들던 독거노인이 돌아가실 때마다 부모가 세상을 뜬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가슴아픈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이 약해진다"며 "그럴 때마다 착하게 살고 절약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거노인 뿐만 아니라 편부 편모슬하의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에도 토요일마다 봉사를 나간다. 대부분 엄마가 가출한 편부 자녀로 아버지는 술에 빠져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해 방치되다시피 키워지는 아이들이다. "큰 엄마"라고 부르며 따르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주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건축업을 하는 남편은 장씨에게 수십만원이나 100만원을 집어주기도 하고 대학을 졸업한 장성한 딸도 엄마를 좇아 '집짓기' 등 자기 나름의 자원봉사를 찾아나설 만큼 집안이 한꺼번에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장씨는 "독거노인에 대한 자원봉사가 내게 새로운 인생관을 심어주었다"며 "봉사라는 이름으로 더불어 사는 기쁨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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