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 라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 등 청와대의 장관급 참모 3명에게 "내게 너무 많은 하중이 쏠리니 분야별로 권한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18일 밝혀졌다.이 같은 언급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청와대 비서실의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그 동안 내가 독대 없이 청와대 운영을 해왔던 것은 청와대에 제2, 제3의 실세가 나타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러다 보니 내게 일의 하중이 너무 많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는 문 실장이 정무와 권력, 이 실장이 경제와 정책, 라 보좌관 외교·통일·안보 분야를 잘 챙기면서 권한을 강화해 달라"면서 "보고가 대통령에게까지 올라오기 전에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국정을 운영해보니 부담이 크고 업무도 너무 많아 재량권을 나눠주고 관리케 하려는 것"이라며 "세 명에게 더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대'를 언급한 부분은 각별히 주목을 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 "독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각료는 물론, 비서실장과도 독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청와대와 내각의 고위직 보다는 청와대 386 참모진이 실세로 지목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노 대통령은 16일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단독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날 발언은 그 동안의 금기를 깨고 독대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윤태영 대변인은 "독대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내게 일의 너무 많이 몰렸다"라고 말한 것은 출범 7개월이 되도록 중심을 잡지 못한 청와대 3각 시스템에 대한 질책의 의미가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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