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슬라비아 출신 배우이자 감독인 에밀 쿠스트리차(49)는 자유롭게 떠도는 집시들의 문화와 동물, 마술이 어우러진 환상적 리얼리즘의 작품 세계를 갖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단편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1981년 ‘돌리벨을 아시나요’라는 장편영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세계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이후 ‘아빠는 출장중’(85), ‘집시의 시간’(89), ‘아리조나 드림’(EBS 20일 밤 10시), ‘언더그라운드’(95) 등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춤과 음악, 흥겨운 풍자와 마술적인 환상의 세계가 어우러진 집시 문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가 거장으로 추대받는 이유는 표면적인 영상이 아니라 집시의 자유로운 시각과 냉소적인 유머로 조국 유고슬라비아의 피비린내 나는 아픈 과거와 현실을 날카롭게 짚은 주제의식 때문이다. 따라서 흥겨움과 슬픔이 뒤섞인 그의 영화들은 보고 나면 적지 않은 충격과 함께 진한 감동을 안겨 준다.
그는 95년 ‘언더그라운드’로 정치적 논쟁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자 은퇴를 선언했다가 98년 ‘검은 고양이, 흰고양이’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실제 집시들을 배우로 기용해 10년 만에 집시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로 역량이 한층 성숙해졌다는 찬사를 받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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