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교 3학년인 A씨는 임신 3개월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했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다. 그의 어머니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제로 임신해 그를 낳았다. 어쩔 수 없이 결혼해서 매일 매를 맞고 사는 어머니를 보며 그는 자신이 견딜 수 없어 제발 아버지와 이혼하라고 애원했지만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커졌는데 자신도 아기를 갖고 보니 이제서야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21일 밤 11시30분에 첫 방영될 MBC 스페셜 인터뷰 다큐멘터리 '가족'(연출 김철진, 채환규, 이모현·사진)의 한 대목이다. 총 4부로 구성돼 일요일마다 1부씩 방영될 이 프로그램은 해설에 의존한 기존 다큐멘터리와 달리 일체의 해설, 자막 없이 철저하게 당사자의 인터뷰로만 진행된다. 제작진은 그저 기록자일 뿐이다. 그래서 이름도 인터뷰 다큐멘터리다. 쉽게 말할 수 없는 기막힌 사연들을 당사자들은 얼굴을 드러낸 채 눈물을 흘리며 직접 들려준다. 따라서 모든 내용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위해 6월말에 촬영에 들어가 약 두 달 동안 120명을 만났으며 그 가운데 20∼30명의 이야기를 추렸다. 1회에는 어머니와 딸, 2회에는 아버지와 아들, 3∼4회에는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방송된다.
첫 회 연출을 맡은 이모현 PD는 "인물 선정부터 방송에 적합한 내용을 고르기까지 모든 작업이 너무 힘들었다"며 "제작과정은 고달팠지만 결과를 보면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진실한 모습이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김철진 CP는 "내부 시사회에서 반응이 좋아 앞으로 가족 시리즈로 계속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가을 개편 때 정규 프로그램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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