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법정(法頂·71·사진) 스님이 처음으로 전국 순회강연에 나선다. 지난 10년 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 칩거하며 외부 활동을 삼가 온 스님의 맑은 법문을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다.이번 강연은 스님이 이끌고 있는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창립 10주년을 맞아 이루어지는 행사다. 세상과 자연,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며 살자는 취지로 설립된 '맑고 향기롭게'는 자원봉사와 환경보호 활동을 주로 펼치고 있는 시민운동단체다. 부산, 광주, 대구, 경남, 대전 등 전국 6개 지역에 9,000여명의 회원이 있다. 독거 노인 등 불우이웃 돕기를 통해 우리 주변의 세상을, 환경 운동을 통해 자연을, 참선 수행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하자는 게 스님의 가르침이다.
법정 스님의 순회강연은 '맑고 향기롭게' 지방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다. 스님은 그 동안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만 두 달에 한 번씩 법문을 하고, '맑고 향기롭게' 소식지에 매달 원고를 쓰는 것 외의 활동을 삼가왔다. 길상사 주지 덕조(德祖) 스님은 "해마다 지방 회원들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자 간절한 청을 해왔다"며 "스님이 10주년을 맞아 마음을 내 이번 행사가 이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강연회는 29일 오후 2시 광주 남도예술회관에서 시작돼 10월1일 오후 3시 창원 KBS홀 10월2일 오후 1시 부산 롯데호텔 3층 10월4일 오후 2시 대구 경북대 대강당에서 각각 열린다. 서울 길상사에서는 6월에 10주년 행사가 열렸기 때문에 생략됐다. 강연회가 가을에 이뤄지는 것은 스님들이 여름 한철 수행하는 하안거를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덕조 스님은 "강연 주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법정 스님만이 대답할 수 있다"며 "강원도에서 나올 때가 됐는데 비가 많이 와서 못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54년 효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법정 스님은 산문집 '무소유'를 통해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청빈의 가치를 일깨우는 가르침을 전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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