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신당 움직임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은 사실상 '신당 지지 선언'에 해당한다. 노 대통령이 신당 추진을 "새로운 정치질서로의 변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규정한 것이나 민주당 분당 사태에 대해 "개혁 찬반 세력이 갈라서는 것"이라는 인식을 보인 것은 모두 신당파를 개혁세력으로 추켜올려 신당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내 구주류를 겨냥, "노무현이 호남을 배신했다고 덮어씌우고 노무현과 호남을 싸우게 만들어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통박함으로써 정치적 결별 의지를 분명히 했다.여권 신당파의 민주당 탈당이 20일로 예고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신당 지지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또 그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신당 언급이 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을 의식한 해명성 발언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결국 신당의 대세몰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신당파의 민주당 탈당을 앞두고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변화와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은 호남이 느끼는 소외감을 "기득권을 통해 낡은 정치를 계속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호도하려는 사람이 국민을 속인 결과"라는 인식을 보임으로써 호남 민심을 민주당 구주류에서 분리시키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이는 호남도 신당을 지지하고 그 대열에 합류할 것을 권유하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노 대통령이 최근까지 가급적 말을 아끼던 자세에서 선회한 것은 신당파가 세몰이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려고 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는 당장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 잔류파로부터 '신당 개입'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호남 민심이 노 대통령의 '진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 분열 이후 세력 재편과정에서 반드시 신당파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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