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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車번호판 色선택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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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車번호판 色선택권 아쉽다

입력
200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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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개성표출의 시대이다. 시각적 표현의 수단으로는 형(形)과 색채가 기본이다. 일반인들은 색채를 형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쉽게 오랫동안 기억한다. 그리고 지식의 수준이 높을수록 어휘 사용능력이 높아지듯이 문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배색이미지를 통한 전달 능력 또한 발달된다.자동차는 이제 생활 필수품의 차원을 넘어 개인의 성향을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같은 차종이라도 색상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고, 색상의 선택은 그 사람의 직업, 연령, 취향 등을 표현한다. 그런데 자동차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번호판이다.

같은 차종이라도 번호판 색상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자동차색이 번호판의 색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국 자가용 소유자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모두 선택의 여지 없이 녹색의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색의 조화를 좀 아는 사람들은 녹색이 모든 색과 조화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 특히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 성장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개성 표현의 욕구가 높은 신세대들이 선택한 자동차 색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가용차량의 전국번호판에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지역 표기를 없애 이사를 해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색상과 문자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교복 자율화의 시대를 거치며 세련된 감각을 키운 우리의 젊은이들은 개성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디자인과 컬러가 중요하다. 따라서 번호판의 색상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 또한 생활의 작은 즐거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집을 포함하여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은 모두 변화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자가용 차량의 녹색번호판은 변함이 없다. 반드시 몇 대를 물려줘야 할 정도의 가치가 없다면 그 시대를 반영하여 변화를 꾀해보는 것도 국민을 위한 서비스 행정의 일환일 것이다.

탈근대화 사회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여기에는 권력 중심의 정부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율과 선택권의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관리와 통제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행정은 유연해져야 한다. 국민의 자유와 자율의 폭을 넓히는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애써 선택한 자동차 색상이 녹색의 번호판으로 분위기가 깨지지 않도록 국민 개인의 취향을 세심히 배려하는 작은 정부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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