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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최고의 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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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최고의 보직

입력
200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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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최고의 보직이 뭐냐는 주제처럼 병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흔치 않다. 병사들은 국방부의 보일러병을 상상하기도 하고 공군 활주로에서 새 쫓는 보직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들어본 것 가운데 단연 압권은 그날 그날의 암구호를 짓는 보직이다. 암구호는 '화랑―담배'처럼 항상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보초가 "화랑"이라고 외치면 상대방은 "담배"라고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모르면? 물론 탕, 탕, 탕!이것은 매일 암호의 형태로 하달된다. 아마도 육군 본부든 국방부든, 꽤 그럴듯한 곳에서 누군가 날마다 이 한 쌍의 단어들을 생각해 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중요한 일이므로 아마 그 병사는 하루 종일 그것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단순한 일이어서 한 명으로 충분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국어사전을 펼쳐 '도라지―옥수수' 같은 단어 조합을 만들어 각 예하 부대에 전파하고, "아, 오늘 하루도 벌써 다 지나가버렸네"라며 평온하게 잠자리에 드는 병사를 우리는 상상했던 것이다. 그 두 단어 때문에 회의가 열리지도 않을 것이고 잘못 지었다고 문책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꿈만 같은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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