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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회의 보도 "개방 불가피"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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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회의 보도 "개방 불가피" 일색

입력
200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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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대한 신문보도가 반 세계화 시위와 개도국의 저항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동아일보는 16일자 사설에서 "협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농업의 획기적인 구조조정"이라면서 "칸쿤 협상 결렬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지 않아도 된다는 환상을 농민들에게 심어주거나 구조조정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WTO 체제를 옹호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우리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국 농업이 살 길도 찾을 수 있다"며 대세론을 폈다. 중앙일보는 기자 칼럼을 통해 "협상 결렬이 결코 한국에 이로운 게 아니다"는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칸쿤의 승리'로 한국의 노동자, 농민이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하다"는 자세를 취했다.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정부를 향해 각료회의 결렬에 만족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개방의 파고를 이겨낼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구체적 대안 제시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국일보는 "더 이상 개방불가피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한겨레신문은 "단순히 농업경쟁력을 키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농촌과 농민을 중심에 둔 종합적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와 언론단체는 신문이 WTO체제의 불가피성만을 언급하고 한국 농업을 살리는 방안은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영수 전농 정책간사는 "농민들도 수입개방이 큰 흐름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메이저 곡물회사가 전세계 식량 공급의 70% 이상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자국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야 하는데도 언론이 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또 대부분의 신문이 이경해씨의 자살을 일회성 사건으로 처리한 것은 뉴욕타임스가 이씨의 고향인 전북 장수를 찾아 세계화 물결이 한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전하면서 파괴돼 가는 농촌경제와 농촌사회를 그린 르포기사를 15일자에 실은 것과 대조됐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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