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 요청에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 공동대응을 결의하고 보수단체들은 파병 찬성 집회를 준비하는 등 보-혁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민주노총,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등 361개 시민단체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부당한 추가 파병 요청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파병의 명분으로 국익을 앞세우지만 파병의 대가로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홍근수 민중연대 공동대표는 "유엔 승인도 받지 못한 더러운 전쟁을 위해 우리 젊은이들을 위험지대로 몰아내고 이라크 민중에게 불의한 총부리를 들이밀 수는 없다"며 "세계 주요국들도 주저하는 상황에서 파병에 동참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정부가 파병결의안을 제출할 경우 올 봄처럼 다시 공동조직을 구성, 통과 저지를 위한 거리투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27일 '9·27 국제반전공동행동 조직위원회'주도의 이라크전 반대 반전집회를 연 뒤 대대적인 파병 반대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9·27 조직위에는 현재 220개 단체가 가입해있다.
반면 반핵반김국민대회 청년본부와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등 보수 청년단체들은 26일 북핵저지시민연대, 예비역대령연합회 등 30여개 단체와 함께 대규모 파병 찬성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혜식 국민대회 청년본부장은 "이라크 파병은 베트남전 이후 참전 경험이 없는 우리 군에게는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한미공조관계의 정립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감상이 아닌 국익에 따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파병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편 각종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파병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엔 결의'가 전제될 경우 찬반 의견은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이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결과 응답자 7,439명중 46.3%(3,443명)가 전투병 파병에 반대했고, 국익과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해 파병해야 한다는 네티즌은 26.7%(1,989명)였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있을 경우 파병할 수 있다고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네티즌이 27.0%(2,007명)에 달해 이를 포함시킬 경우 찬성은 53.7%로 늘어난다.
NHN 여론조사에서도 8,254명중 27.85%(2,299명)가 반대, 26.65%(2,200명)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고, 조건부 찬성 의견은 33.7%(2,782명)로 가장 많았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