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성격과 규모가 예상을 초월한다. 미국은 폴란드 사단과 같은 성격의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군이 이라크 일정 지역을 책임지고 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다국적 사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파병규모는 여단(3,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 이라크에서 독자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폴란드 뿐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비용도 우리 부담이다.파병 여부와 규모는 우리가 주권적 입장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파병반대와 반전여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파병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지만, 비전투병을 보냈던 지난 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지닌다. 전투병의 경우는 비전투병과 또 다르고, 이라크전 자체가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안보장관회의 등을 열어 대책을 숙의한다고 하지만 관건은 여론의 향배다. 정부는 유엔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라크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결정을 내리면 파병 논의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무작정 이를 기다릴 수 만은 없다. 자칫 타이밍을 놓쳐 명분을 앞세우는 반대여론에 논의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우리는 이라크 전투병 파병과 같은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는 논의의 주도권만큼은 정부가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정책 결정에 수반될 소모적 논쟁과 국론 갈등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정부가 투명하고 합리적 토대아래 종합적 판단을 정리해 솔직히 공개하는 게 옳다. 그리고 나서 반대의견을 설득하고 결정의 미비함을 보충해 나가는 게 순서다. 이를 위해 가장 요구되는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부의 여론조정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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