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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바람직한 시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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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바람직한 시위문화

입력
200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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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건수와 참가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한다. 경찰의 엄정한 관리와 원칙적 대응으로 화염병이나 쇠파이프 같은 폭력시위가 한동안 감소하는 듯 하더니 최근 들어 다시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고속도로 점거, 인공기나 성조기 불태우기, 관공서와 경찰진압차량에 대한 방화,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폭행, 심지어 자녀등교거부투쟁 등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집회와 시위는 국가의 민주화와 다양성을 보여준다. 과거 독재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공무원의 집회나 교사의 투쟁과 같은 집단 행동이 이제는 더 이상 금기시 되거나 놀랄만한 사건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국민들의 직간접적 국정참여를 표방하면서 개혁을 추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의 의견표출 방식으로 집회와 시위가 증가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지금도 핵폐기장 선정에 대한 부안 군민의 투쟁이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둘러싼 보·혁의 이념대립, 농업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 집회 등 갈등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사회 갈등이 극단적 대립과 반목, 폭력사태로 나아가지 않고 조화롭게 해결되려면 지금보다 더 넓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반면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안 군수 폭행사태 직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관계당국이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반복적인 폭력과격 집회 및 시위의 주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의 필수적 요소이다. 집회와 시위는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합한 정치적 투쟁수단이다. 그에 반해서 폭력과 테러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존질서를 훼손하는 법치국가의 적이다. 따라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는 다양하고 폭넓게 보장되고 허용되어야 한다.

예컨대 외국대사관이나 관공서 앞에서의 1인 시위와 같이 집시법의 규율대상이 아닌 시위방식은 집회의 자유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인근의 영업방해, 소음피해, 교통방해 등을 야기하지 않는 시위방식이기 때문이다. 릴레이 시위나 인간띠 잇기 등도 집단적 폭력시위의 대안으로 보장되어야 할 의사표현 방식이다.

물론 집단적 의사표현의 방법이 폭넓게 인정되면 될수록 공공 질서 내지 법적 평화를 침해할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따라서 다른 법익과의 충돌위험을 피하고 타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한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집시법은 집회시간이나 장소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장소에서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하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집회만 허용하는 것은 집회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장소적 제한을 강화하려는 야당의 개정안은 잘못된 것이다. 국회나 외국대사관 건물의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장소적 제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소음을 규제하거나 시위시간과 방식을 제한하는 방안, 충돌방지조치를 마련하여 동일 장소에서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여러 집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이번 개정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후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가령 집회 또는 시위 후 집회주최자, 집회참가자, 경찰, 일반 시민 등으로 평가단을 구성하여 집회주최자와 경찰이 각각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주최자의 신고의무 및 질서유지의무의 이행여부, 불법성여부 및 정도 등을 평가하여 벌점을 매기고, 벌점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추후 집회를 제한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시위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집회주체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하 태 훈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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