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의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이 대대적인 무역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내년 말 대선을 맞아 침체에 빠진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미국 정부가 표심을 얻기 위해 향후 국가간 1대1 무역 협상에서 다분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칸쿤 회의 결렬로 WTO를 무대로 한 다자간 협상이 치명타를 입은 반면, 국가간 자유무역협정 등을 비롯한 양자 무역협상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에반스 미 상무장관은 15일 대미 최대 무역 흑자국인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무역 상대국에 선명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미국은 (무역시장에서) 전세계 어느 국가와도 경쟁하겠지만 특히 불공정 경쟁에 대해서는 상대가 누구이든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불공정 무역행위 색출을 전담할 '불공정무역대응팀(UTPT)'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FT는 미국이 그 동안 WTO내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을 주요 경제파트너로 추켜세워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에반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정책 전환의 첫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특히 칸쿤 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이 보인 집단적인 반발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불리한 국내 여론에도 불구, 의류 관세 감면이나 면화농가 보조금 삭감 등 선물을 들고 나왔는데도 개도국들이 '차려준 밥상을 엎었다'는 것이다. 찰스 그래즐리 상원 외교위원회 의장은 "미국은 앞으로 국가간 양자협상에서 그 나라가 칸쿤에서 어떤 자세를 보였는지를 주요한 협상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 같은 위협의 배경에는 절대적인 정치·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어느 국가와의 협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칸쿤회의 석상에서 "미국은 이미 여러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을 신청해 오는 나라도 많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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