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안정을 찾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한국언론재단의 초청으로 내한중인 피터 아넷(66) 기자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언론사 국제부 기자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미국은 많은 국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의 파병은 여기에 동참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라크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1991년 포연이 자욱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방기자로는 유일하게 생방송 뉴스를 전해 종군기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70년대 김일성 주석과 박정희 대통령을 차례로 면담하기도 했으며 베트남, 중남미, 중동 등 분쟁현장의 최일선에서 41년간 취재해왔다.
아넷 기자는 "10여년 전 이라크에서 CNN을 통해 전황을 전할 때는 내가 유일한 서방 기자였지만 올 걸프전에서는 40∼60개 서방 매체들이 위성으로 뉴스를 보내고 있다" 며 기술의 발달과 미디어의 환경변화에 대한 언급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러한 미디어의 발달이 미국의 정책 결정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언론은 2차대전 때는 당국의 검열과 통제가 절대적이어서 유리한 전황만 보도할 수 있었지만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정부의 책임을 묻고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90년대까지 계속됐으나 9·11 테러를 직접 목격한 언론인들이 감정에 치우쳐 이후 아프가니스탄전이나 이라크전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인권유린 문제 등을 지적하지 않고 정부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했다."
그는 다행히 최근 비판적 시각이 나타나면서 언론이 이전의 자세를 회복하고 있는데 이는 언론의 자발적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 대중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 수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언론의 가장 큰 무기는 사실이며 의견보다는 사실에 근거해 비판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올 3월 미국 NBC의 종군기자로 활약하던 중 이라크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초기 전략이 실패했다"고 말해 하루 만에 해임됐다. 지금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에 기고하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7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전쟁보도의 진실과 국익'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김이경 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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