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부터 10일까지 부산은 또 다시 영화의 바다에 빠져든다. 올해로 여덟번째는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아시아권을 뛰어넘어 세계 주요 영화제에 버금가는 역동적인 축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하지만 축제만 즐기고 오기에는 부산은 너무나 많은 관광명소를 지니고 있다. 특히 바닷가를 따라 펼쳐지는 해안절경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억척스러움으로 표현되는 부산의 힘이 있기에 더욱 감동적인 모습을 낳는다. 이 가을 부산에 가서 영화의 바다와 함께 진짜 바다의 매력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부산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 부산의 볼거리
시작은 영화제의 중심인 남포동 PIFF광장이다. 세가지 코스로 나눠진다. 첫번째는 부산항을 지나 오륙도, 광안리, 해운대, 송정, 대변, 기장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코스. 둘째는 영도대교를 지나 만나는 영도, 태종대의 해안절경. 셋째는 자갈치, 송도, 다대포로 이어지는 남해안코스다.
광안대교의 야경 황홀하고…
#동해안코스
우선 부두길을 택한다. 중앙동 제1부두에서 신감만, 신선대부두까지 이어지는 부산항의 전경이 오른쪽으로 펼쳐진다. 우리나라 항만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는 수출입의 관문이다. 최근 불어 닥친 태풍 '매미'가 무너뜨린 타워크레인을 철거하는 인부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오륙도로 향한다. 감만동, 용당동을 지나 용호동으로 연결되는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섬 다섯 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한민국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오륙도다. 틀리기 쉬운 상식 하나. 흔히들 오륙도란 이름이 밀물때 다섯 섬, 썰물때 여섯 섬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었다고 알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반대다. 밀물때 여섯 섬, 썰물때 다섯 섬이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우삭도가 낙타등처럼 생겨 물이 들면 마치 두개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륙도에서 광안리로 가는 길은 이기대(二妓臺) 순환도로를 택한다. 광안리는 물론, 해운대, 동백섬 등 해안명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광안대교는 수영구 남천동과 해운대구 우동을 잇는 길이 7.4㎞의 국내 최대 규모의 다리. 올해 초 개통과 동시에 부산 최고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특히 광안대교의 조명이 빚어내는 야경은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조명이 연출하는 장면만 1,000여가지다.
하지만 숲속에서는 숲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법. 현란한 조명쇼를 보기 위해서는 광안리해수욕장으로 가야 한다. 덕분에 이 일대 목 좋은 음식점의 매상이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광안대교를 직접 지나면 광안리해수욕장과 해운대 동백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통행료 1,000원.
광안대교를 거쳐 영화제의 개·폐막식이 열리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지나면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인 해운대다.
신라시대 명문장가 최치원(857∼?) 선생이 자신의 자(子)인 해운(海雲)에서 따와 직접 명명한 곳이다. 해운대의 부속섬인 동백섬에 올라가면 실제로 최치원선생이 직접 바위위에 새겼다고 전해지는 '海雲臺'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해운대 끝자락인 미포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 및 오륙도를 한번에 돌아볼 수 있다. 특히 광안대교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심야유람선도 이 곳에서 출발한다.(051-742-2525).
달맞이고개를 지나 송정, 대변항, 기장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코스에선 소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망망대해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도로를 따라 나 있는 카페촌에서 커피 한잔을 마셔보자.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가을 멸치잡이가 한창인 대변항을 지나 기장으로 가는 길에는 국내 최고의 흥행대작인 영화 '친구'에서 본 눈에 익은 배경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주인공들이 '조오련과 물개 중 누가 빠른가'를 내기하면서 물놀이를 즐기던 곳이다. 또 장동건이 친구 유오성의 조직을 배신한 뒤 석양이 물드는 방파제에 앉아있던 곳도 바로 이 곳 대변방파제다.
마지막 코스인 해동용궁사는 바다와 가장 가깝게 지어진 사찰로 유명하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목탁소리가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암절벽밑 부서지는 파도
#태종대와 절영산책로
한때 부산의 상징이었던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로 향한다. 기암절벽위에 놓여진 산책로를 따라가기 위해서다. 지난 해 문을 연 절영해안산책로다. 영선동에서 동삼동까지 3㎞에 걸쳐있다. 바다위의 산책이다. 산책로 곳곳에 카페, 파고라, 원형계단, 뱃놀이터, 계단식 분수대 등이 있어 심심하지가 않다. 발 밑으로 부서지는 파도가 아찔하지만 놀이기구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땅끝마을이 서해안의 끝이라면 태종대는 동해안의 끝이다. 부산사람들이 외지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명소를 소개하라면 항상 첫번째로 꼽는 해안절경지다. 제대로 즐기려면 이 곳에서 운행중인 유람선(051-403-9098)을 타보자. 현지인들이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순환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모자상이 있는 전망대와 마주친다. 한 때 자살바위로 불리던 곳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전망대로 바꿔버렸다. 전망대 아래로 보면 과연 아찔하다. 고개를 들면 주전자처럼 생긴 생도 너머로 대마도를 볼 수 있다. 직선 거리로 53㎞. 가깝고도 먼 곳이다.
돌아오는 길은 청학동과 봉래동 방향. 아치섬으로 불리는 한국해양대와 오륙도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영도대교와 나란히 한 부산대교로 빠져나오면 영도 관광은 끝난다.
자갈치 아지매 "어서 오이소"
#남해안코스
남포동과 인접한 자갈치시장은 자갈치아지매로 일컬어지는 부산의 억척스러움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송도로 가는 길엔 원양어선에서 잡은 생선을 저장하는 냉동창고가 즐비하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으로 가는 길은 반대편 영도의 해상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명소. 한때 이 사이에 해상신도시가 들어선다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만일 그 계획이 실행됐다면 아까운 절경 한 곳이 사라졌을 것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다대포로 향한다. 지난 해 부산 아시안게임때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을 태운 선박이 이 곳 항구에 정박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한때 유명한 해수욕장이었지만 인근 아파트의 개발로 뻘밭으로 변한 환경훼손의 현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수욕장 육계도인 몰운대와의 조화로운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다. 다대포를 지나면서부터는 해안도로가 아닌 강변도로로 바뀐다. 여기서부터 하단이다. 강(河)의 끝(端)이라는 말이다. 500㎞를 이어온 낙동강이 강의 역할을 다하는 곳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이 곳에서 부산의 해안선여행도 막을 내린다.
/부산=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PIFF광장(남포동)중심 각 지역 노선버스
다대포-11, 96번 송도-7,9,30,71번
태종대-8, 13, 30번 절영산책로-7, 71번
오륙도-27번타고 종점에서 마을버스 탑승
광안리-139, 302, 2001번
해운대-302, 2001 송정-2001번
해동용궁사-지하철 부산역에서 매일 오전 9시10분 셔틀버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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