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의 내습으로 부산항 부두의 컨테이너 크레인 8기가 주저앉고 3기가 궤도를 이탈해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높이 100m 무게 900톤의 철골 구조물이 맥없이 주저앉은 것도 놀랍고, 논란의 귀추도 관심거리다. 물동량 처리 세계 3위를 자랑하던 부산항이 화물연대의 2차례 파업에 이은 태풍피해로 동북 아시아 허브 항구로서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부산항의 명물인 대형 크레인은 초속 49∼50m의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다. 이번 태풍이 그보다 강했는지 여부가 논란의 초점인 셈인데, 기상청 공식 관측자료로는 미달이고 무인관측소 자료는 초과한 풍속이다. 부실시공 시비는 유감이지만, 설계와 시공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그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태풍 매미와 지난해 루사의 갖가지 기록들이 말해주듯이, 이제 기상이변은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상관측사상 최고였던 초당 60m(제주)풍속의 바람이 부산항에 몰아쳤다면 남아 날 크레인은 하나도 없었을 것 아닌가. 송전철탑 같은 지상 구조물 가운데 무사할 것이 얼마나 되었을지도 의문이다. 매미가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 섬을 통과할 때의 풍속은 초속 75m를 넘었다. 이런 바람이 우리나라와 무관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난해 강릉에서 기록된 하루 강수량 870.5㎜도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항구의 컨테이너 크레인을 비롯한 모든 시설물의 강도와 내구성을 기상변화에 맞도록 끌어올릴 필요성이 대두된다. 50∼100년 빈도 홍수에 대비해 설계된 제방이나 교량 수문 같은 하천 구조물들이 맥없이 무너져 큰 재앙을 초래한 사례는 근년에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기상이변 속도와 그로 인한 피해는 그 대비가 너무 늦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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