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3동에 있는 다국적 할인점 한국까르푸 중계점에서 희한한 사건이 발생했다.당시 중계점 노조 부위원장 최모(30)씨는 정문과 후문 앞에 A4 용지 크기의 노동조합 홍보물을 부착하고 있었고, 이를 본 프랑스인 점장 K(41)씨가 후문으로 달려왔다. K씨가 홍보물을 떼어내기 위해 팔을 뻗는 순간 최씨는 "돈 터치"(Don't touch)라고 말하며 K씨의 팔을 밑에서 위로 올려쳤다. 그 때부터 K씨의 '할리우드 액션'이 시작됐다.
최씨보다 덩치가 큰 K씨는 갑자기 강한 펀치를 맞은 권투선수처럼 벽 반대 방향으로 180도 회전한 뒤 팔꿈치를 바닥에 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어 머리를 들었다가 바닥에 부딪치는, 자해 행위에 가까운 행동을 두 차례 반복했다.
최씨 등 노조 간부들은 이틀 뒤 "점장 K씨의 행동은 노조 간부들의 합법적인 선전활동을 방해하고, 스스로 '자해공갈단'으로 변해 노조를 와해하려는 생쇼"라는 내용의 벽보를 부착했고, K씨는 최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형사4단독 이용구 판사는 15일 "평균적인 체구와 힘을 가진 최씨가 손으로 자신보다 더 큰 K씨의 팔을 쳐서 거의 180도로 돌게 한 뒤 넘어뜨리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K씨가 스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친 것은 최씨를 폭행 가해자로 몰아 해고하거나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자해행위로 보이며, 따라서 벽보에 붙인 내용도 전체적으로 허위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국까르푸 노조는 사측의 거부로 5년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다 지난해 3월말에야 임금인상과 노조활동 보장 문제 등을 놓고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K씨는 노조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이유로 일부러 최씨의 근무표를 힘들게 조정하고, 최씨를 비품실에 감금하는 등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지난해 12월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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