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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사흘째 마비 물류대란이 현실로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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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로 인해 부산항 신감만·자성대 컨테이너 부두가 사실상 사흘째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수출입 화물 처리가 지연되는 등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한국무역협회는 15일 "경남 지역 무역업계 피해액만 2,627억원(수출피해 1,400억원 포함)에 달한다"며 "이 수치는 14일 잠정 집계인 만큼 앞으로 부산항의 선적 차질로 인한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무협은 또 11기의 부산항 컨테이너 크레인 파손과 관련, "수출입 물량의 80%를 처리하는 부산항의 연간 하역능력이 작년 대비 12%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감만부두 등의 완전 복구에 1년 이상 걸릴 전망이어서 장기간 파행운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수출 선적과 납기 지연에 따른 클레임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큰 전자와 무역 등 산업계도 수출 물량 선적과 납기 맞추기에 비상이 걸렸다.

전자업계 물류 비상

전자업계는 부산항을 통해 수출 물량 대부분이 처리되는 상황이라 부산항이 아닌 대체 항구 이용을 검토하는 한편 컨테이너 선적업무를 맡고 있는 선사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신감만과 자성대 시설 복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산항 전체의 저장 시설도 한계에 달할 것으로 판단, 마산항과 광양항 등으로 컨테이너를 돌릴 계획이다.

구미와 수원 광주 사업장에서 출하되는 하루 평균 250∼300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 중 70%를 부산항을 통해 처리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15일의 경우 선사의 협조를 얻어 주변의 신선대 부두 등을 이용했지만 장기화하면 차질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창원 공장에서 나가는 하루 평균 300FEU의 90%를 부산항에서 선적해 온 LG전자도 30∼40개 정도는 마산항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선사들도 하역 지연에 따른 스케줄 차질 등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자성대부두 등이 선적을 축소 운영키로 함에 따라 이번 주말부터 적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과 타이어도 영향

태풍에 따른 정전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업계도 신속한 복구작업 덕에 대부분의 시설이 속속 정상화하고 있지만 수출 선적 지연이라는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SK(주) 관계자는 "연간 35만t을 생산하는 합성수지의 경우 5만4,000t 정도를 부산항을 통해 수출한다"며 "광양항 등 대체 항구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물량의 80%를 부산항에서 선적하는 한국타이어도 납기 맞추기와 함께 등 대체 항구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이 1,2차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과 사스 등에 이어 태풍이라는 악재로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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