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9월16일 레바논의 파시스트 정당인 팔랑헤당 소속 기독교 민병대가 이스라엘군의 방조 속에 서베이루트 사브라와 샤틸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난입해 무차별 학살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지 석 달 만에, 그리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눈물 속에서 시리아로 근거지를 옮긴 지 불과 수주일 만에 일어난 이 학살 사건은 전세계에 놀라움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이스라엘은 PLO가 시리아로 철수하는 조건으로 휴전이 이뤄지면 서베이루트로 진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미국 레이건 행정부에 한 바 있지만, 메나헴 베긴 총리와 아리엘 샤론 국방 장관은 이 협정을 무시하기로 결정했고, 9월15일 아침 이스라엘군이 서베이루트로 밀려들어와 이튿날에는 전지역을 장악했다. 미국과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에 항의했지만, 힘없는 레바논 정부만이 아니라 힘있는 미국 정부도 말과 속셈이 달랐던 듯하다. 이스라엘군은 중무장 병사들과 탱크로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촌을 포위한 뒤 레바논 극우파 민병대원들을 난민촌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날 오후부터 18일 오전까지 만 이틀동안 벌어진 '살인 파티'의 희생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국제적십자사의 비교적 보수적인 집계에 따르더라도 피살자는 2,750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주로 현장에 널브러져 있던 시신들을 기초로 한 것이다. 이 시신들은 대부분 사지가 절단돼 있었다. 민병대원들은 학살의 무기로 기관총보다는 도끼나 대검을 더 선호한 것이다. 이 학살자들이 불도저를 동원해 판 구덩이에 묻은 시신들은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다. 거기다 피납·실종자들까지 계산하면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이 더러운 작전의 방조자인(어쩌면 기획자인) 아리엘 샤론은 지금 이스라엘 총리로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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