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쇼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3조∼4조원대로 추정되는 태풍 피해로 인해 4·4분기로 미뤄진 경기회복 시기가 더욱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주가와 금리가 동반 급락했다.연휴를 마친 증시는 15일 불투명한 경기지표 및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급락하며 760선이 붕괴됐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된 삼성전자는 전날 보다 무려 5.30%가 급락한 43만7,500원으로 마감돼 종합주가지수 추락을 이끌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17거래일간 순매수 행진을 벌여왔던 외국인은 2,400억원 이상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의 이같은 매도세는 올 들어 1월9일의 3,366억원 이래 최대 규모이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ABN증권 및 메릴린치 창구 등을 통해 삼성전자만 31만주 1,382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이날 1,780억원대의 순매수에 나서며 개인과 함께 지수 추가 하락을 저지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도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휴 전날인 9일보다 0.12%포인트 하락한 연 4.27%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7월14일(연 4.27%) 이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금리는 연휴 기간동안 미 국채수익률이 하락한데다 국내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안전 자산인 국고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정부와 민간연구소 관계자들은 4분기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쌀 수확량의 감소와 산업계의 피해로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태풍 피해금액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 3조∼4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당초 인명피해와 침수 규모를 태풍 '루사'의 절반 정도로 추정했으나, 피해 강도가 훨씬 심해 피해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원도를 강타했던 태풍 루사의 경우 5조1,479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만큼, 이번 태풍의 피해금액은 최소 3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간연구소들은 정부가 설정한 올해 3%대 중반의 성장률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이번 태풍 피해로 농산물 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4분기 성장률이 최소 0.5% 포인트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올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잡았기 때문에, 태풍 피해를 감안하면 올 성장률은 2.8∼2.9%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성장률을 3.1%로 예상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도 이번 태풍 피해로 2%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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