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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검찰 감찰권" 외부이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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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검찰 감찰권" 외부이양 논란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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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누구의 감독도 받지않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노무현 대통령)"감찰권까지 가져가면 검찰 중립성 확보는 더 힘들어진다."(서울지검 A검사)

참여 정부 출범 직후 인사파동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이 이번에는 검찰 감찰권 이양 문제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강금실 법무장관이 송광수 검찰총장 등 검찰과의 마찰까지 불사하며 검찰 감찰권을 법무부 등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나서 '감찰 개혁'은 일단 대세로 굳어진 형국이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검찰 감찰권의 법무부 이양 구상은 법무부 보다는 주로 청와대에서 구체적인 밑그림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 등에서는 검찰 감찰권의 법무부 완전 이관 법무부-대검 이원화 제3의 기관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법무부로의 완전 이관 방안은 검찰의 반발 등이 만만치 않아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보다는 대검이 현행대로 감찰을 하되 감찰 결과가 미흡할 경우 법무부나 제3의 외부기관에서 집중 감찰을 실시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또 사건 처리 및 일반 사무 감사는 대검이, 검사와 직원들의 비리 관련 감찰은 법무부가 담당하는 이원화 체제도 비중있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설되는 법무부나 외부 감찰 기관의 경우 공통적으로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를 대폭 참여시킨 '감찰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가 검사를 감찰하는 방식은 안된다" "외부 인사가 참여해 실질적 감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조계 주변 반응을 수렴한 결과다.

감찰권 이양과 검찰 중립 훼손

그러나 검찰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감찰권의 외부 이양, 특히 법무부로의 이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석연 변호사는 "수사와 공소권을 포함하는 검찰권은 준사법권의 성격을 지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의 통제 하에 감찰권을 둘 경우 행정부가 준사법권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인사권을 쥔 법무부가 감찰권까지 가져갈 경우 더 큰 권한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감찰권 외부 이양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번 논란이 정치권 등에서 '검찰 견제론'이 대두된 시기와 동시에 불거진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소장 검사는 "감찰권 이양 논의는 검찰의 굿모닝시티, 나라종금 사건 수사를 경계하는 일부 정치권의 목소리와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현 정부는 취임 초기 검찰 중립 보장을 약속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검찰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청와대 참모진, 강 장관, 노 대통령 등이 번갈아 가며 감찰권 관련 발언을 하는 것도 다분히 계산적이라는 시각이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

올해 안에 감찰권 이양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강 장관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밝혔고, 송 총장도 한달 전 "검찰도 내부 감찰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을 끝으로 침묵하는 등, 양측 수뇌부는 현재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감찰권 이양 문제로 촉발된 '법무-검찰 갈등'은 강 장관이 송 총장과 '보신탕집 회동'을 가진 뒤 다음날 서울지검과 수원지검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서는 바람에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검찰도 청주지검 특별감찰 결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감찰권 고수'를 주장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나 내부 감찰 기능이 있고, 조직 특성상 직무 감찰 등은 반드시 검찰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검찰 내부의 대세를 이루고 있어, 감찰권을 둘러싼 청와대-법무부-검찰간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검이 감찰을 통해 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를 추진중인 법무부 간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과 관련, 법무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 검찰 감찰권 이양 관련 주요 인사 발언

8월18일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외부 감찰이 필요하다."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은 미룰 수 없는 개혁 과제."=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강금실 법무장관, 국무회의를 마치고 난 뒤

8월19일 "어느 조직이나 감찰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가려우면 가장 먼저 자신이 긁어야 하지 않는가."=송광수 검찰총장,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8월27일 "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누구의 감독도 받지않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노무현 대통령, 전남 광양 지역 인사 간담회에서

8월29일 "검찰 견제는 필요하다. 감찰 업무를 대검에 두고 지휘감독을 강화하거나 법무부 산하에 독립기관으로 존속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강 장관, 모스크바 특파원들과 회견

8월30일 "참모들로부터 말을 아끼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받았다."=송 총장,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피하며

9월4일 "우리는 원래부터 마음이 잘 맞았다. 갈등설은 오해예요" "의견 차이가 있다고 보도됐지만 입장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강 장관과 송 총장, '보신탕집 회동'을 마치고 나오며

● 외국의 사례

대부분의 선진국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검찰권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검찰관적격심사회'이다. 일본의 검찰청법은 검찰관이 심신장애, 직무비능률, 기타 사유로 직무수행에 적합하지 않을 때 검사총장(우리나라의 검찰총장), 차장검사, 검사장은 검찰관적격심사회의 의결 및 법무상의 권고에 따라, 검사 혹은 그 이하 직급은 심사회 의결만으로 그만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관적격심사회는 모든 검사에 대해 3년마다 정기 심사를 하는데, 이밖에도 법무성장관의 청구에 따른 임시심사, 심사회 직권에 의한 수시심사 등을 통해 문제가 있는 특정 검찰관을 감찰한다. 심사회는 국회의원 6명과 검찰관, 법무성 관리, 재판관, 변호사 및 일본학사원회원 등 총 11인으로 구성되며 전국 모든 검찰관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링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찰권을 엄격히 규정한 대신 인사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된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둔 우리나라와 달리 법무성장관이 임명권을 가지지만 실질적인 인사권은 검사총장이 행사하며, 때문에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정부의 검찰 인사권과 감찰권에 대한 견제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방검찰총장을 겸하는 법무장관은 대통령 임명전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며 연방검사장 역시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했다. 감찰권의 경우 차관급에 해당하는 감찰관을 대통령이 상원 인준을 받아 임명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한다. 영국은 검사에 대한 임명권을 아예 검찰총장에게 뒀다. 법무장관은 단지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 감독의 권한만을 지니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서로의 업무에 간섭하는 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우리나라 경찰은 검찰이나 국세청, 국정원 등 다른 권력 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자체감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 단위로 '청문감사담당관'이 있어 3∼4명의 감찰인력을 통솔하는 등 감찰전담 인력만 전국적으로 1,100여명에 달한다. 경정급 이상 고위간부에 대한 감찰은 경찰청이 담당한다. 처벌 수위도 해임·파면은 물론, 범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경찰청 수사국에 바로 수사를 의뢰하는 등 매우 엄격한 편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 전문가 의견

학계와 시민단체,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찰의 감찰권 외부 이양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지만, 감찰 과정에 외부 인사를 적극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 대부분 공감했다.

조만간 '감찰권 이원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인 참여연대의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법무부에 검사는 가급적 배제되고 외부인사 위주로 구성된 2차 감찰기관인 감찰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모든 조직이 다 갖고 있는 자체 감찰 기능을 없애버리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과 하태훈 교수는 특히 "법무부와 검찰이 인사교류 등을 통해 사실상 '한 몸'인 상황에서 감찰권을 법무부로 이관하더라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현행처럼 검찰에 자체 감찰권을 두되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 형식의 감찰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혀, '인적 개혁'에 무게를 뒀다.

이석연 변호사 역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검찰에 대한 시민 통제와 감시는 필요하다"며 "검찰내 감찰 기구를 격상시키고 외부인사가 참여해 실질적 감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을 배제시킨 독립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인 김갑배 변호사는 "내부 조직으로부터 자유롭게 감찰을 실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며 "감사원이 검찰과 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대한 직무감찰을 실시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감사원은 회계감사 등을 전담하고 검찰을 포함한 전 행정부처를 담당하는 별도의 감찰기구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훈·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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