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회를 맞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된 차들의 경향은 한마디로 '실용성을 넘어 감성에 호소하는 차'다. '자동차의 매혹'이라는 이번 모터쇼의 주제와 어울리는 추세다. 모터쇼를 둘러본 마이클 심코 GM대우 디자인담당 전무는 "바람직한지의 여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지만, 자동차 탄생 이후 100년 여 동안 지켜오던 자동차 디자인의 금기들이 많이 깨졌다"고 이번 모터쇼의 경향을 요약했다. 반면 기술 분야에서는 디젤차 중심의 유럽 전시회답게 무공해 디젤엔진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물이 적었다.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번 모터쇼의 경향은 감성의 강조 오픈탑(카브리올레) 경쟁 플랫폼 공유 확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픈톱 경쟁
오토모티브뉴스 유럽판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이번 모터쇼를 '오픈톱의 전쟁' 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다양한 컨버터블이 등장했다.
푸조는 세련된 쿠페와 다이내믹한 오픈카의 역동감을 동시에 표현한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인 307CC를 최초로 공개해 기선을 잡았다. 폴크스바겐의 2인승 로드스터 컨셉트카 '컨셉 R'도 눈길을 끌었다.
V형 6기통 엔진에 5.3초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며 버튼 하나로 엔진음 조절이 가능하고, 운전대와 페달이 운전자의 신체조건에 맞게 자동 조절되는 것이 특징이다.
소형차도 오픈톱 열기에 동참했다. 포드는 유럽의 가이아 모델이 디자인한 2인승 로드스터 스트리트카(StreetKa)를 선보이며 유럽인의 정서를 자극했으며, 이에 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스마트 로드스터를 내놓기도 했다.
현대가 스포츠 쿠페 투스카니를 바탕으로 새롭게 내놓은 하드톱 컨버터블 컨셉트카 'CCS'도 현지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았다.
현대측 설명에 의하면 CCS에 적용된 '슬라이딩 루프 하드톱 컨버터블'은 세계 최초의 기술로 컨버터블 기술의 최고 업체인 독일 카만사가 개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본사 중역들도 장시간 이 모델 앞에 서서 꼼꼼히 메모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관심에 고무돼 이 모델을 늦어도 2006년 초까지 시판하기로 했다.
● 실용성보다 감성 중시
'감성은 창문을 통해.' 이번 출품작들의 디자인 혁신은 주로 옆면 창의 레이아웃 변형에 집중된 듯하다. 오펠 멜리바나 아우디 A2 등은 소형차이면서도 옆 창문을 4부분으로 나눠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 또 스페인의 폴크스바겐 계열사 세아트의 알티아는 옆 유리창의 앞·뒷부분을 뾰족하게 마무리해 날렵함을 강조했다.
마쓰다의 초경량 콤팩트 스포츠카인 쿠사비 컨셉트카는 뒷 트렁크를 열면 뒷유리가 접이식으로 반으로 접히면서 하늘을 향해 치솟아 눈길을 끌었다. 폴크스바겐의 자회사 스코다는 차량 안이 보이도록 후면 전체를 유리로 만들었다. 또 천장을 높이고 뒷좌석 내부공간을 대폭 넓힌 독특한 디자인의 해치백 컨셉트카 룸스터를 내놓았다. 푸조의 2인승 컨셉트카인 '4002'는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독특한 디자인을 뽐낸 차량이다. 차전체가 범퍼·보닛·유리창의 구분없이 유선형으로 연결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어디가 앞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이하츠가 내놓은 미니밴 컨셉트카 'Ai'는 크기가 다른 정육면체 2개를 이어 놓은 앙증맞은 디자인이 돋보였다.
● 플랫폼공유 "자매모델" 증가
이번 모터쇼에는 수년간 활발하게 진행돼 온 자동차 업체간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크스바겐의 5세대 골프와 포드의 포커스 등은 수많은 이복 동생을 거느린 원조 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포드는 중형모델 포커스의 다목적차량(MPV)모델인 'C 맥스'를 출품해 포커스의 다양한 변용가능성을 뽐냈다. 그 뿐 아니라 마쓰다 3와 볼보 S40 등 전세계 계열사의 출품 모델도 포커스의 플랫폼을 제공해, 포드 계열사들의 비용절감 노력을 보여줬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관심을 보여, 현대·기아 임직원들의 필수 관람 모델이 됐던 폴크스바겐의 5세대 골프는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 57㎜ 폭 24㎜ 높이 39㎜가 각각 커졌으며, 첨단 안전장치를 장착한 것이 특징.
특히 이 모델은 세아티 알티아를 비롯 전세계 폴크스바겐 계열사의 준중형급 모델에 기본 플랫폼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유럽엔지니어링 센터 류성원 생산기획 담당 차장은 "플랫폼 공유가 종전의 차체 프레임 공유의 개념에서 부품 모듈의 공유로 발전하면서, 공유 폭이 차체 크기의 제약을 넘어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메이저 업체들의 플랫폼 공유를 통한 원가절감 전략이 점차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면 중소규모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랑크푸르트=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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