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칸쿤회의 결렬 /한국에 득인가 실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칸쿤회의 결렬 /한국에 득인가 실인가

입력
2003.09.16 00:00
0 0

예상을 뒤엎고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칸쿤 각료회의가 결렬되면서, 농업부문 협상에서 수세에 몰렸던 한국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성급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농업개방이라는 대세는 여전히 피할 수 없으며, 회의 결렬이 오히려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DDA 농업개방 협상은 여전히 유효

농림부 최정섭(崔正燮) 농업통상정책관은 "칸쿤 회의가 끝났을 뿐,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칸쿤 회의는 3년간 진행되는 DDA 협상의 한 과정에 불과해 회의 결렬로 협상 일정에 일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나 농산물 관세를 낮추고, 농업보조금을 감축하려는 대세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송유철(宋有哲) 연구조정실장도 "칸쿤에서의 실패로 DDA 전체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서방 선진국들은 국제적 협상을 깬 장본인으로 몰리는 것을 극히 꺼려 한다"며 "WTO가 12월 특별각료회의를 준비하는 것도 DDA 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하려는 국제적 공조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조지 여(George Yeo) 싱가포르 통상장관이 제출한 농업부문 협상 초안은 폐기되지 않으며 향후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정책관은 "각료회의에서 채택되지 않아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후속 협상에서도 '여 초안'이 계속 첨부자료로 배부되는 등 농업 협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업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미국-EU와 21개 농산물 수출개도국(G-21)의 경우 한국이 반대하는 관세상한 설정과 관세할당(TRQ) 증량 조항에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여 초안'에 포함된 해당 조항들이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요컨대 DDA 협상이 계속될 경우 칸쿤에서 한국에게 불리하게 정해진 조항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칸쿤 회의 결렬의 손익

칸쿤 협상 결렬로 한국은 당장 내년 쌀 협상에서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은 DDA 협상과는 별도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따라 내년 쌀시장 추가 개방을 위한 협상을 미국, 중국 등과 벌여야 한다. 한국은 쌀 시장 보호를 위해 관세화를 거부하는 대신 연간 수요량의 4%를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는데, 미국 등은 관세화 유예에 동의하는 대가로 8% 이상의 수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DDA 농업협상 세부안이 연내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쌀의 관세화와 수입물량 확대의 실익을 저울질해 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관세화 카드로 맞선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칸쿤회의가 결렬됨에 따라 내년 협상에 마땅한 대안 없이 무작정 나서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문제다.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DDA협상 자체가 무산될 경우, 한국의 선택은 개별국가와의 양자회담뿐이다.

즉, WTO라는 울타리에서 집단적으로 개방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EU 등 우리보다 협상력이 강한 국가와 일대일 대결을 벌여야 한다.

KIEP 송 실장은 "미국과의 반도체 협상이나 중국과의 마늘 협상 과정을 감안하면, WTO 체제내에서 다자간 협상을 벌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