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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회의 결렬 / 각국·시민단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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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회의 결렬 / 각국·시민단체 반응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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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14일 결렬되자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태도는 이해 관계에 따라 극명한 희비 곡선을 그렸다. 개도국 모임인 G―20 국가들은 결렬에 환호를 올린 반면, 선진 농업국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칸쿤에 집결해 반세계화 시위를 벌여온 각국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은 "선진국의 횡포에 맞선 개도국의 승리"라며 자축했다.

브라질 인도 중국 등 G―20 국가들은 "이번 회의는 개도국들이 결집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영향력에 맞설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셀소 아모림 브라질 외무장관은 "개도국들은 선진국에 대응해 농업개혁의 틀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의 라피다 아지즈 무역투자장관은 "이번 회의는 선진국들이 일방적으로 조건을 강요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며 "우리는 더 강하게 태어났다"고 말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은 또 이번 회의의 실패 원인이 전적으로 농업 선진국들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진국들이 자국의 농업보조금은 유지하면서 개도국에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했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EU 등은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중간합의 성격인 이번 회담의 결렬로 내년 말로 예정된 DDA 일괄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실망감과 함께 결렬 책임을 개도국 진영의 이기심 탓으로 돌렸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반대한)국가들은 DDA의 진전을 바라는지 여부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개도국들을 비난했다. 볼프강 클레멘트 독일 경제장관과 스티그 몰러 덴마크 외무장관은 특히 싱가포르 이슈 토론을 거부한 한국 등이 회담 실패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몰러 장관은 "EU는 신축성을 발휘했지만 한국은 전적인 거부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EU 일본 뉴질랜드 등은 결렬을 초래한 표면적 사안인 '싱가포르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 즉각적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칸쿤의 각국 NGO 시위대는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올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시위대는 회담장에 진입해 춤추고 노래하며 "친구여, 우리 세상은 판매용이 아니다"고 외쳤다.

시위대는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공을 거뒀다며 기뻐했다. 국제농민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농민의 길)의 라파엘 알레그리나 회장은 "회담 결렬은 인간을 위한 승리"라고 선언했다.

NGO들은 특히 단결된 개도국의 목소리가 WTO 협상에서 새로운 힘으로 등장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런던 소재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선진국은 고압적으로 행동했으며, 개도국의 정서와 단결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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