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소형평형 60% 이상 의무 건설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9·5 대책'으로 강남 중층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해 상당수 단지들의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리모델링이 대안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리모델링 단지의 경우 이번 조치를 모두 피할 수 있는 데다 기존 용적률이 높더라도 현행 법상 일정 수준의 증축이 허용돼 평형 확대에 따른 시세차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남 중층 리모델링 가능성 '모락모락'
재건축 초기 단계이거나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노후 중층 단지들은 주민들이 원할 경우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의 주거지역 종 세분화 작업에서 2종(용적률 200% 이하, 7·12층 이하)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9·5 대책에 이어 또 불이익을 당하게 된 대치동 청실아파트는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피해 단지가 됐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34평형 4,424가구를 1대1로 재건축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당초 33평형 871가구, 41평형 3,169가구, 45평형 280가구, 52평형 100가구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소형평형 의무 배정 대상인 전용면적 25.7평 이하가 871가구에 그치기 때문에 상당수 조합원이 평형을 줄여 재건축을 할 수 밖에 없다.
재건축 못지않은 리모델링 수익
업계에서는 강남과 동부이촌동의 고가 중층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한 투자수익이 재건축사업 못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층 재건축 단지가 리모델링을 차선책으로 택할 경우 오히려 기존보다 평형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증축 허용범위를 두지 않아 해당 자치구의 건축심의 절차만 통과하면 증축이 허용돼 사업 추진 절차가 간단하다.
방배동 궁전아파트 리모델링이 대표적인 예. 기존 27∼47평형 216가구를 10평 정도씩 늘리는 궁전아파트 리모델링의 경우 이 일대 시세가 평당 1,5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10평 증가 시 1억5,000만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올리게 된다. 시공비 평당 200만원(총 공사비 최고 9,400만원)을 빼면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이 가능한 셈이다.
정부가 최근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의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내년부터 면제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리모델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리모델링 시 입주민 동의율 조건 완화(100%→80%)와 대지사용권 등 리모델링 활성화 내용 등을 담은 '주택법'이 11월부터 시행될 경우 이번 부가가치세 면제 조치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선택은 주민 몫
그러나 리모델링은 아직까지 재건축의 대안으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대1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남구 한 재건축 조합 간부는 "9·5 대책으로 재건축이 불투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전환하겠다는 주민들이 없다"며 "주민 발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조합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업추진이 불투명한 단지라면 재건축을 추진하기보다 리모델링으로 돌아서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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