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생과 사귄 남학생이라면 이곳서 한번쯤 '바보'가 돼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요."이화여대 정문 수위실 앞(벤치가 있던 작은 공간)은 '바보 스테이지(Stage)'란 애칭으로 유명하다. '바보 스테이지'의 정확한 위치는 정문 앞 오른쪽 공간을 가리킨다는 설이 대부분이지만 사람에 따라 정문 오른쪽 아파트 올라가는 길(현재 럭키프라자 앞) 또는 그 맞은편 꽃집으로 나뉘기도 한다.
지금은 이화여대 정문 바로 안쪽에 있던 이화교가 허물어졌지만 교문만 떡하고 버티고 있던 예전에는 이 곳에서 꽃다발을 든 남자가 혼자 서 있으면 정문을 드나드는 이화여대생들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해 '바보 스테이지'란 이름이 붙었다.
미팅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남학생을 이 곳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뒤 무작정 바람을 맞추는 곳으로도 유명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데이트 코스라기보다는 이화여대생인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일종의 '접선 장소'이자 '대기 장소'였던 셈이다.
어쨌든 이곳을 지나가는 이화여대생들은 하릴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학생들을 힐끔 힐끔 쳐다보며 "바보∼"라고 놀리곤 했다. 이곳은 몇 년 전 벤치가 들어서고 공간도 넓어져 '기다리다'는 뜻의 '다림터'란 또 다른 이름도 생겨났다. 현재는 이화교가 허물어지고 정문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때문에 '바보 스테이지'를 교외 친구들이나 남자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장소로 애용하는 이화여대생들도 지금은 많이 줄어든 상태.
이화여대 졸업생 이모(27)씨는 "좀 짓궂은 이름이긴 하지만 이대생이라면 누구나 '바보 스테이지'에 얽힌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요즘에는 교내에서도 자유롭게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지만 예전 이대 캠퍼스가 '금남(禁男)구역'이었을 때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을 가지게 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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