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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19) 폐경기 이후 심장병이 잘 발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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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19) 폐경기 이후 심장병이 잘 발생하는가

입력
2003.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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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은 우리나라 여성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흔히 남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폐경 이후 여성의 발병율이나 사망률은 남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과장인 정남식 교수는 “미국 여성에서는 심장병이 제1사망 원인으로, 각종 암이나 폐렴 당뇨병 사고 에이즈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훨씬 많다”면서 “우리나라 여성도 점점 서구화된 질병패턴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심장병은 점점 더 심각한 질병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통계에 따르면 심근경색증 혹은 협심증으로 입원한 환자 수는 1986년 454명에 비해 2002년은 4,649명을 기록, 15년 만에 거의 10배의 환자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여성환자는 약 20%를 차지했다. 현재 미국여성의 경우 45~64세의 10%, 65세 이상에서는 25%가 심장병을 갖고 있다.

남성보다 10년 늦게 발병

대부분의 여성 환자의 나이는 60세 이상으로, 남성보다 거의 5~10년 늦게 첫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여성의 심장병 발병이 늦은 이유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예방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경 후 난소에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면서 여성의 관상동맥질환 발생율은 남성과 똑같은 비율이 된다.

정교수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저밀도지단백(LDL)은 증가하고 고밀도지단백(HDL) 수치는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질은 혈액 내에서 특수한 단백질과 결합, ‘지단백’이라는 형태로 혈액 내에 순환하게 된다. 지단백질 가운데 HDL은 동맥혈관 벽의 과잉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 혈중에서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LDL은 콜레스테롤을 혈관 구석구석으로 운반해 혈관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게 한다. HDL은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막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LDL은 동맥경화증의 주범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35(㎎/㎗; 이하 단위 동일)이하면 동맥경화증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130이상이면 조절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LDL수치를 100이하로 낮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이제까지 HDL은 증가시키고, LDL은 낮추어 준다는 점에서 폐경기 여성에게 권장됐으나, 지난해 미국에서 실시된 대규모 역학조사(HERS)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정교수는 “호르몬 대체요법은 심장병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결론이 난 상태이지만, 여전히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여성에게는 강력히 추천되고 있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조기폐경이나 난소 절제술을 받은 여성은 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므로 50대가 넘지 않았어도 심장병 발생위험성이 높아진다.

여성 심장병 환자의 예후는 남성보다 나쁘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첫 심장병 진단 후 환자가 1년 내 사망할 확률은 여성 38, 남성 25%. 심장발작 후 6년 내 재발작을 일으킬 확률은 여성 35, 남성 18%이었다. 병이 심한 경우에 받게 되는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 후 여성은 남성보다 사망할 확률이 2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교수는 “여성은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남성에 비해 응급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여성은 협심증, 남성은 심근경색증 많이 발생

관상동맥질환이 심해졌을 때 남성은 심근경색증으로 나타나는 반면, 여성은 협심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좁아진 관상동맥 때문에 심장 근육에 빈혈이 생기면 협심증이고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이 죽으면 심근경색증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통증이 있다 안정을 하면 최대 30분내에 통증이 저절로 사라지게 되지만,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심근경색증은 응급실에 오기 전에 급사할 수 있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들

오수혁 내과의원 원장은 “심장이나 정맥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지만, 여성의 체격이 남성에 비례해 왜소하고, 심장크기도 적은 편이라서 합병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심장용량이 작으니, 작은 스트레스에도 견딜 수 없고, 쉽게 지친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여성에서는 혈관의 굵기도 남성보다 가늘다고 주장했다. 남자의 혈관은 직경이 3~3.5㎜이나, 여성은 2~2.5㎜정도라는 것.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고혈압 비만 피임약 복용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은 심장병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다. 그 가운데 흡연이나 당뇨병은 여성심장병 환자를 가장 심각하게 괴롭히는 요인막?작용한다.

당뇨 있으면 증세 없어도 심장병 환자로 분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여성의 경우 그렇지않은 여성보다 2.3배나 심장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경화증 발생 빈도가 남성에는 50% 증가하지만 여성에서는 100%정도 많아진다는 것.

오원장은 “ 심장병 여성이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을 경우 수축기 혈압이 173㎜Hg이상이거나 콜레스테롤이 316㎎/㎗이상인 환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본다”면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여성은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남성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있는 남성은 당뇨병이 없는 남성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빈도가 2~3배 증가하지만, 여성의 경우 6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혈관 굵기도 가늘어질 뿐 아니라, 고혈압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을 한꺼번에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심장학회는 당뇨가 있으면 심혈관계 질환 증세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도 이미 심혈관계 질환에 걸린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따른 교정치료를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혈압 관리도 중요하다. 혈압이 높을수록 동맥 내 압력이 높아져 동맥경화증이 촉진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혈압의 상승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정비례로 증가시키고, 혈압의 떨어뜨리는 것은 심장병의 위험을 반비례로 감소시킨다고 할 수 있다.

흡연도 심장병의 적

담배도 심장병에는 치명적이다. 정교수는 “흡연량이 하루에 5개피 정도로 적은 경우에도 흡연에 의한 심장병 발생 위험을 증가한다”면서 “특히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흡연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나게 돼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성은 더욱 늘어난다”고 말했다. 흡연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9년 더 일찍 심장마비 증상을 일으킨다는 통계도 있다. 흡연자에서는 협심증이나 심근 경색증의 빈도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소량의 술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확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식사에 곁들이는 한두잔의 반주는 심장병에 나쁘지 않다.

또 여성들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비만한 데다, 운동도 덜하는 편이어서 심장병에 걸릴 경우 남성보다 더 심각한 상태로 전개될 수 있다.

한편 의사들은 여성들이 배우자나 자녀의 건강 관리에는 전심전력 하면서 정작 자신의 건강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원장은 “여성들은 숨을 헐떡이고 가슴을 쥐어짜는 등 통증을 느껴도 자신이 심장병이라는 생각조차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송영주 의학전문기자 yjsong@hk.co.kr

■정남식 교수/연세대의대 심장내과

심장병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면 대부분 여성환자는 상당히 비만한 상태다. 비만은 표준 체중의 20%이상을 초과한 상태. 상상해보라. 표준 체중보다 15~20kg이 더 나갈 때, 심장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해주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펌프질을 해야할지 말이다.

그래서 다소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환자들에게 "남편이나 아들이 먹다 남긴 것은 절대로 먹지 마세요. 음식도 조금씩만 준비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여성들은 한결같이 "얼마 먹지 않는데도 찐다"고 응답한다. 하지만 분명히 많이 먹으니까 살찌는 것이다. 살이 찌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남편과의 관계도 나빠지고, 화가 나니까 먹는 것으로 푸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밖에 없다. 심장병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다면, 가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비만부터 이겨내자. 살빼기는 당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젋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체중관리를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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