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나 실용신안에 관련된 분쟁을 겪어본 당사자라면 분쟁 처리 기간이 의외로 길어 마음고생이 심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허·실용신안 사건이 처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3.9개월인데, 이는 의장·상표 사건이 6개월 만에 처리되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 두 가지 모두 특허청 심판원이라는 동일 기관이 다루는데 처리기간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특허청 심판원은 산업재산권 사건에 관한 특허청의 행정처분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에 전문 행정청을 거치는 심판전치절차를 위해 설치되었다. 민사사건은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치는 3심제이지만 특허를 비롯한 산업재산권에 관한 분쟁은 특허청 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에 이르는 구조이다.
또 특허청에서 설정한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의 무효여부는 특허청 심판원이 판단하지만, 특허권 침해사건은 지방법원에서 관할한다. 특허권의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 권리의 유·무효를 특허청 심판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특허 심판원의 심결이 늦어지면 법원의 침해사건처리가 늦어지게 된다.
특허·실용신안 사건과 의장·상표 사건의 처리 기간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특허 심판원의 조직문제 때문이다. 현재 심판원에는 13개 심판부가 있고, 그 중에서 의장·상표 사건은 7개부가 담당하고 특허·실용신안 사건은 6개부가 담당하고 있다. 심판원은 특허·실용신안 사건이 주종이고 업무량이 의장 사건에 비해 많다. 이런 점은 심사국의 구성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사국은 1국에서 4국까지 있는데 그 중 1국이 의장·상표 출원을 심사하고 나머지 3개 심사국은 특허·실용신안 출원을 심사하므로 업무량의 비율이 1 대 3 정도 된다. 업무량을 기준으로 볼 때 특허·실용신안 사건에 조직의 4분의 3을 할애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실제는 오히려 업무량이 적은 의장·상표 사건에 더 많은 인원이 배정돼 있다.
특허청 심판원이 전문성있는 기관으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심판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전체적인 기간 단축 못지않게 사건 사이의 처리기간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직 조정도 시급해 보인다. 현재와 같이 심판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법원에서 특허청 심판원의 심결을 기다리지 못하고 판결을 내리는 상황이 오면 심판원이 존립할 이유가 있을 것인가. 전문성 있는 기관으로 위상을 세워 나가길 기대한다.
고 영 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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