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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장기 어디까지 왔나 / '인공심장 달고 17개월 더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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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장기 어디까지 왔나 / '인공심장 달고 17개월 더 생존'

입력
2003.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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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장기를 자동차 부속품 갈아 끼듯이 바꿔 생명을 연장하는 ‘인공장기 시대’다.1982년 미국 유타대 자빅 박사가 심장병 환자에게 인공심장을 이식해 112일간 생명을 연장시킨 이래 각국은 인공장기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뇌사자 등의 장기 기증이 이식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인공장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주요한 동력. 인공심장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1,0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심장병 환자에게 복음이 됐다. 우리나라도 인공심장 이식 대기자가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섰다.

◈ 불붙는 인공장기 개발

인공장기 개발 경쟁은 현재 전기기계 장치와 동물장기 이식, 줄기세포 배양, 생체조직 배양 등 4개 분야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동물장기 이식은 인간 유전자를 심은 돼지를 이용해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려는 시도. 다만 동물 바이러스 감염, 이종 동물장기에 대한 인체의 면역반응 문제 등 난제가 많아 20~30년 뒤에나 실용화할 전망이다. 줄기세포는 특정한 장기로 분화ㆍ발전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이를 이용해 장기를 만들 수 있지만 기술 수준이 아직 초보 단계인데다 배아 훼손에 따른 생명 윤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생체조직 배양은 환자에게서 추출한 세포를 고분자 화합물 등을 이용해 장기 형상으로 만든 틀에 넣어 배양해 장기를 만드는 것. 이런 장기를 이식할 경우 혈관은 재생되고 고분자 화합물은 자연 분해된다고 하지만 장기를 실제로 이용하기까지 최소한 10~1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학과 공학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기계 장치 분야는 이미 심장을 완전 대체하거나 좌우 심실을 모두 보조하는 인공심장을 실용화해 인공장기 시대를 이끌 선두주자로 꼽힌다.

◈ 인공심장 어디까지

인공심장은 크게 심장을 제거하지 않고 심실의 기능을 전부나 일부를 보조하는 심실보조장치(VADㆍVentricular Assisted Device)와 심장을 제거하고 이식하는 완전인공심장(TAHㆍTotal Artificial Heart)이 있다.

심장보조장치는 소라텍사의 하트메이트, 월드하트사의 노바코 등 여러 가지 제품이 이미 1990년대 중ㆍ후반부터 실용화돼 지금까지 1만명 넘는 환자에게 시술됐다.

2001년 7월에는 미국의 아비오메드사가 세계 최초로 병든 심장을 완전히 제거하는 대체형 인공심장인 ‘아비오코(Abiocor)’를 이식함으로 완전인공심장 시대를 열었다. 아비오코가 올 3월까지 10명의 환자에게 이식돼 최장 17개월의 생존 기록을 달성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15명의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아비오코 임상 이식을 허가했다. 이외에도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매그스크루 완전인공심장을 비롯, 일본 도쿄대, 일본 국립순환기병센터 등에서 2006년 개발을 목표로 완전인공심장을 개발중이다.

◈ 우리의 개발 현황

우리나라는 1984년부터 서울대 의대에서 인공심장 개발을 시작, 1995년부터 보건복지부 선도기술 의료공학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들어갔다. 2001년 6월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에서 개발한 체내 이식형 인공심장인 ‘애니하트’를 고려대에서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해 12일간 생명을 유지시켰다. 애니하트는 대체형 인공심장인 아비오코와 달리 심장 보조형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 6월 한국인공장기센터가 설립됨으로써 전자ㆍ전기 기계와 생체 적합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인공장기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휴먼의료공학융합기술센터 지원사업으로 인공장기센터에 앞으로 6년 동안 6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인공장기센터는 체내 이식형 인공심장인 ‘애니하트’를 개발한 성과를 이어받아 인공심장, 인공신장, 인공간 등 3가지 장기를 개발중이다. 각각 하나의 화학공장인 신장과 간은 기능이 복잡해 체내 이식형 인공장기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신장과 인공간은 체외형을 소형화해 휴대 이동이 가능하게 하고 기능은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신부전증 환자는 1주일에 2~3번 병원을 방문해 4시간씩 투석(透析)을 받을 때마다 120ℓ의 증류수를 소모한다. 인공장기센터는 매일 1시간~1시간30분씩 투석하되 증류수는 재생기술을 개발해 하루 6ℓ정도면 충분하도록 현재의 인공신장기를 소형화하면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장기센터는 또 간의 경우 피를 걸러 해독할 뿐만 아니라 글리코겐을 활성화는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혈액 여과장치에 돼지 간세포를 붙여 인간 간세포와 비슷한 기능을 하도록 할 개발할 예정이다.

<도움말=고려대 의대 흉부외과 선경 교수, 연세대 심장혈관외과 장병철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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