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성난 민심을 잘 살펴야 한다. 추석 연휴를 지역구에서 보내고 귀경한 의원들이 전하는 추석 민심은 최악 바로 그 자체였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간에 흉흉하기 그지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에 잇단 비로 인해 흉년까지 들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풍 '매미'의 피해까지 겹쳤다. 여야는 추석 민심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자신들이 민심에 부응하는 것으로 주장해 왔으나 터무니없는 짓이다.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 등 집권세력의 리더십 부재와 능력 부족을 개탄하고 있으며, 집권당의 신당놀음에도 냉소를 보내고 있다. 8개월째 끌어온 신당이 무엇을 위한 것이며,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세(勢) 싸움을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신당파 잔류파 통합파 등 이합집산을 앞둔 편가르기에도 신물이 나 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대안세력으로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변화를 바라는 시대 흐름에 등 돌린 채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50·60대 용퇴론이나 5·6공 세력 퇴진론 등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모습에 실망해 하고 있다. 민주당이 자멸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 지지도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정치권은 추석 민심이 주는 메시지를 읽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추석 이후 전개될 국정 중 어디를 둘러봐도 안심할 구석이 없다. 태풍 매미의 피해 복구,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이라크 전투병 파병, 김두관 행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 군수가 백주에 집단폭행을 당하기에 이른 부안의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 건설, 이경해씨 자살이 예고하는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란 등 산적한 현안이 미결 과제로 남아있다. 정치권은 민생고에 시달리며 나라걱정 하기에 지쳐있는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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