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덕 교육은 적어도 국정교과서에 나타난 것을 가지고 판단할 때 자유인이 아니라 노예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다."민예총 문예아카데미가 15일 오후 7시30분 서울 낙원동 민예총 대강당에서 '도덕 교육의 파시즘'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문예아카데미가 사회 현안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올해부터 마련한 정기 포럼의 두 번째 자리다.
이날 토론은 김진석 인하대 교수의 사회로 서양철학 전공인 김상봉(사진) 문예아카데미 교장이 주제발표한 뒤 박찬구(서울대 국민윤리·도덕교과서 심의관) 심성보(부산교대 윤리교육) 교수, 전교조 도덕교사모임의 전영록 인천 계산중 교사가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의 도덕 교육은 폐기해야 마땅하다는 요지의 김 교장 발제 내용. 김 교장은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중학교 도덕 교과서를 지배하는 첫째 원칙은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근저에 놓인 관심은 명백히 갈등에 대한 혐오"라고 주장했다.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그럴듯해 보이는 도덕 교육이 실은 "갈등은 나쁜 것이고 통합은 좋은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한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이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언제나 자기를 잊고 타인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자유인이 아닌 노예를 위한 도덕이요, 언제나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것은 파시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제가 근대적 학교 교육의 껍질을 이 땅에 이식하기는 했으나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시민 양성'이라는 그 본래 이상까지 도입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이런 교육은 이후 독재 권력이 들어서면서 바뀌지 않고 지속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진정 도덕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양보와 희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타인이나 국가가 자기에게 가하는 불의에 용기있게 저항하는 것을 자유로운 인간의 마땅한 의무로 가르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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