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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한푼 두푼" 고소득층은 "배째라" 채무상환 "뒤바뀐"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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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한푼 두푼" 고소득층은 "배째라" 채무상환 "뒤바뀐" 세태

입력
2003.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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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들의 채무상환 행태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저소득층은 힘든 형편 속에서도 가능한 한 빚을 빨리 갚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일부 고소득층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채무상환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산을 은닉한 채 '배째라'식으로 채무상환을 회피하는 신용불량자는 7월말 기준 전체 334만명 중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노력 13일 S상호저축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무상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막노동이나 노점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제6군' 소속 채무자들의 채무 상환율이 변호사나 대기업 임원 이상이 속한 '제1군' 채무자보다 무려 3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이 은행에 500만원 연체자로 등록된 박모(21)양이 대표적인 경우. 노원구의 반지하 월셋방에서 사는 박양의 아르바이트 한달 수입은 80만원에 불과한데도 3월부터 어김없이 40만원씩 빚을 갚아 8월말 현재 빚이 12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500만원의 빚은 지난해 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병원비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은 제6군이 6%로 제1군(3%)에 비해 2배 이상 높지만 이는 새로 빚을 지게 된 저소득층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채무자의 상환의지만큼은 생활고에 의해 빚을 지게 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게 채권추심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 채권추심팀 관계자는 "중랑구 동부시장에서 야채 노점을 하는 한 할머니의 경우 카드 빚 300만원을 지고 중국으로 도망간 아들을 대신해 매달 20만원씩 빚을 갚고 있다"며 "빚 독촉을 위해 찾아갔던 채권회수 직원이 오히려 라면 1박스를 놓고 돌아올 만큼 생활환경이 어려운 극빈층이 빚을 더 잘 갚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있는 자들의 모럴 해저드 이에 비해 '있는 자'의 모럴 해저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1만3,900명 중 10%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과소비 등이 드러나 신청심사에서 탈락했다. 또 각 채권금융기관이 채무재조정안을 동의하지 않은 사유 중 8.5%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 채권추심팀에 따르면 수도권 신도시에 사는 김모(50·주유소 운영)씨는 370만원의 카드 빚을 6개월째 갚지 않고 있지만, 김씨의 집에는 소가죽 소파에 이탈리아 수제 식탁, 골프채 등 호화 물품이 가득했다. 김씨는 "아내 몰래 카드를 사용하다 진 빚이니 1주일 후 모조리 갚겠다"고 약속했으나, 1주일 후 채권추심원이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이사를 가버린 뒤였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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