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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남·동부 강타/ 농작물 피해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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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남·동부 강타/ 농작물 피해 르포

입력
2003.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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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농사는 완전히 망쳤습니다.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했었는데…."경북 경주시 안강읍 육통 들녘, 날이 밝자 마자 잰 걸음으로 논에 나온 이 마을 박원현(35)씨는 2만4,000여 평의 자신의 논에 온통 쓰러진 벼를 보고는 허탈감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멍하니 쓰러진 들녘을 바라보며 한동안 연신 담배만 피워대던 김씨는 울분을 삭이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문을 이었다.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각종 병충해에다 벼 알이 여물지않아 여름 내내 애간장을 태웠다 아닙니까. 그러나 가을에 날씨가 좋아지면 작황이 좀 나아지겠지 하며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버텨왔는데 이번 태풍이 마지막 희망마저 송두리째 앗아 가버렸네요."

전남 고흥군 농지의 18%가량을 차지하는 해창만 등 3군데 간척지 1,400여㏊의 들녘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거의 전부가 물에 잠겼다. 300㎜가 넘는 폭우로 13일 오후까지도 대부분의 벼가 목만 물위로 내밀고 있을 정도로 완전히 침수가 돼버렸고 심지어 벼가 보이지않을 만큼 물이 가득찬 논도 많았다.

해창만에서 1만4,000여평의 농사를 짓는 임영주(46)씨는 "이번 비로 해창만 간척지 대부분이 물에 잠겼는데 아직 영글지 않은 가운데 물에 잠겨 올 농사는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흥군 관계자는 "물이 빠진 뒤 벼를 세운다 해도 약해진 벼의 쓰러짐이 예상되는데다 벼알의 발아현상까지 우려돼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전남에서만 논 2,615㏊가 침수되고 6,969㏊의 벼가 쓰러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전북 1,300여㏊, 경남 318, 경북 600㏊ 등의 논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으나 조사가 본격화하면 피해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과수피해는 사상 최악이다. 호우에다 살인적인 강풍이 수확기 접어든 사과 배 등을 마구 떨어뜨렸다. 경남도내 최대의 배 재배 단지인 진주시 문산읍은 전체 966㏊중 추석 전 출하한 과수원을 제외한 대부분 과수원이 70%이상이, 하동군도 전체 배 재배 면적 240㏊중 50∼60%가 각각 낙과되는 등 경남지역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사과와 배의 절반이상이 낙과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옥산리에서 3만7,000여㎡의 배 과수원을 재배하는 김상중(53)씨는 "이번 태풍으로 배 90%이상이 낙과했다"며 "신고품종인 배가 잦은 비로 익지않아 제값을 받으려 추석 전에도 출하하지않았다가 더 큰 피해를 봤다"고 당국의 대책을 호소했다.

사과주산지인 경북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국 생산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경북사과는 이번 태풍으로 과수원마다 낙과가 수북히 쌓이는 등 낙과로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안동시 예안면 태곡리에서 7,000평의 과수원을 갖고 있는 우동하(58)씨는 "잦은 비로 때깔이 나지않고 당도도 크게 떨어지는 등 품질이 좋지않은 상태에서 이번 태풍으로 상당수가 낙과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기타 밭작물도 마찬가지.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서 1,400여 평에 고추를 심은 이걸구(63)씨는 고추대까지 말라버린 고추밭을 가리키며 "10년째 고추농사를 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하늘을 한탄했다. 이처럼 농사를 망친 농가는 고추주산지인 경북 영양, 안동, 청송 등지에서 수두룩하다. 역병에다 탄저병, 습해까지 덮쳐 20∼30%이상 수확감소가 예상된 가운데 이번 태풍으로 고추나무 상당수가 쓰러져 수확량이 크게 줄어 들 전망이다.

/대구=유명상기자 msyu@hk.co.kr

전준호기자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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