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최근 잇따라 터진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 권좌에서 축출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도 즉각 강력한 보복을 경고하며 맞섰지만 이스라엘 측은 축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긴급 안보내각 회의를 열어 9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잇따라 발생한 자폭테러에 맞서 아라파트 수반을 '원칙적으로' 축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이―팔 화해 시도에서 아라파트가 절대적인 장애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며 "장애물 제거를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일단 축출 시기와 방법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발표에 대해 아라파트 수반은 "누구도 나를 쫓아낼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폭탄으로 나를 죽일 수 있겠지만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무장단체는 즉각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에 집결, 아라파트 수반 지지 시위를 벌였다.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파타운동의 무장조직인 알 아크사 여단은 "아라파트를 건드리면 멈추지 않는 분노의 화산이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 유럽연합(EU) 등 단계적 중동평화안(로드맵)의 입안 당사국들도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의 결정을 비난했다.
미 백악관은 12일 "이스라엘이 아라파트를 축출하면 그에게 더 넓은 무대를 제공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은 이스라엘의 행동 저지를 위한 지역국가와의 다각적인 접촉에 착수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아라파트 축출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스라엘의 재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 이스라엘 지도부는 축출 강행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전세계로부터 아라파트를 제거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전화가 쇄도했다"며 "하지만 국제사회는 계속되는 자살폭탄 테러에 직면한 국가의 일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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