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 WTO 협상 반대 시위를 벌이던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회장의 자살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 전 회장의 그 동안 활동내역 등을 보면 이번 자살은 단순사고나 우발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WTO의 농업 관련 협상과 이에 따른 우리농업의 황폐화 우려에 대한 항의 표시지만,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한 점이 무척 안타깝다.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은 농업이다. 농업시장 개방을 위한 협상 세부원칙의 기본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에 관세상한, 저율관세 의무 수입량, 보조금 등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쉽게 합의하기 힘든 견해차가 수 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이 항의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국내외 농민들의 개방에 대한 반발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농업 개방 문제는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이미 최대현안이 됐었고, 정부는 개방에 대비한다며 수십조원을 농업 분야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얽매여 농업 구조조정을 소홀히 했다. 오히려 개방화가 대세라는 점을 알면서도 우리는 예외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농민들이 갖게끔 오도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에 대해 우선 반성해야 할 곳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이제는 이번 회의가 어떻게 끝나든지 농업개방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농산물 협상에 있어 언제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확고한 원칙을 갖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농민과 농업을 보호할 수 있는 첩경이다. 이 전 회장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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