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의중을 캐려는 미국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베이징 회담 결과를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는 미국은 9일 북한 정권 창건 55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한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며 북한의 후속 회담 참가 의사를 저울질하고 있다.미 정보 관리들은 북한이 늦은 봄 또는 여름에 시작한 영변 핵 시설의 활동을 '상당히 최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올해 초 영변 핵 시설의 재가동으로 북한 핵 위기가 고조돼온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가동 중지 움직임이 베이징 6자 회담으로 조성되고 있는 북미 대화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북한이 후속 6자 회담을 앞두고 '선의'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베이징 회담 후 '적대행위 중단'원칙이 발표된 점을 상기하면 북한 스스로 영변 핵 시설 가동을 중지한 것은 북한이 후속 6자 회담에 참가할 의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대세는 아니다. 오히려 미 관리들은 영변 핵 시설의 폐쇄는 기술적 결함 때문이라는 견해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1994년부터 올해 초까지 폐쇄된 시설을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기기의 고장이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가동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북한이 핵 재처리 시설을 미 정보기관이 포착하지 못한 제3의 장소로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관영 매체나 중국 러시아 일본을 통해 전달되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6자 회담 후 거의 매일 외무성 대변인과 노동신문 등을 통해 '6자 회담 무용론'을 제기해왔다. 동시에 북한은 "앞으로의 회담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단서를 잊지 않음으로써 회담 무용론이 회담 참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PSI)' 해상 훈련에 대응해 미사일과 핵 억지력 강화를 외치면서도 9일 정권 창건 55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미사일 등 군사장비 동원을 자제한 점도 최소한 대화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는 뜻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 표명은 후속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며 회담 참가여부를 재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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