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현재와 같은 6자회담 구도와 북미간 대화 방식으로는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워싱턴의 진보적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8일 '북한 핵 위기는 해소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마련한 세미나에서 잭 프리처드 전 미 국무부 대북교섭 담당 대사는 "북한과의 협상 방식을 변경하지 않으면 그 성공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브루킹스 객원 연구원 자격으로 참석한 프리처드 전 대사는 "다자 회담이 궁극적으로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적절한 방책이 될 수 있지만 먼저 북미간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수 십 명의 외교관들과 통역이 참가하는 다자회담에서 대화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고위급 대북 조정관을 임명, 북한과의 협상을 전담토록 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6자회담 개최 직전인 지난 달 22일 전격 사임했으며, 부시 정부 강경파와의 갈등이 사임의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그의 언급에 대해 "지금은 6자회담 논의를 헝클어트리거나 다른 것을 시도할 때가 아니다"며 "6자회담은 유용했으며, 이제 후속 논의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최근 출간한 '북한 핵을 다루는 법'을 공동 집필한 이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마이클 오핸런 박사와 마이크 모치즈키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미국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다뤄야 한다"며 "북한에 요구하는 것이 많을수록 더 많을 것을 주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은 북한에 핵 전력의 절반 이상 감축 납치 일본인 석방 인권 문제 논의 동의 화학무기협정 이행 약속 등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수 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 무역제재 조치의 궁극적 해제 주한미군의 감축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1년∼93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아놀드 캔터는 "6자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면서 '북한 붕괴론'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결국 지탱할 수 없을 것이며, 시들어 죽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목표는 그 때까지 북한이 '의미 있는' 핵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홀브루크 전 유엔 대사는 "현재의 상황은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억지 효과를 갖는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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